차이 나는 세상
지난 주에는 선물로 받은 남편의 중절모가 작아서
교환하기 위해 구걸 구입했다는 모 백화점을 갔다.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수시로 서울을 오가도 다른 곳을 들리거나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볼일만 보고 내려오곤 했기 떄문에
백화점은 참 오랜 만이었다.
백화점 구조가 알다시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오를 때마다 한 바퀴를 돌아 올라가게 되어있지 않은가.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돌면서 진열 된 매장의 상품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신사용품 매장을 찾아가는 동안 자연히 숙녀복 한 매장의
마네킹에 입혀 놓은 겨울 스웨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브랜드도, 옷감이 뭔지도 모르지만 가격표를 보고는 기절할 뻔 했다.
1,680,000원!!!
세상에나...스웨터 쪼가리 하나가 이런 가격???
168,000원이라 해도 나는 고려해 볼 터인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지만 나도 한 때는 이런 백화점 쇼핑을 하면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을 시골 아낙으로 살다 보니 도데체가 별세계로 느껴진다.
그동안 나는 내가 욕심이 사라진 줄 알았다. 일정 부분 그런 면도 있겠지만
내 욕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이런 환경과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다.
모자를 바꾸러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찬란한 상품들...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의 부엌, 가구..등등.
다 가지고 싶고 바꾸고 싶어진다
주방가구나 주방용품들을 보니 어디 있었는지도 모를 물욕이 마구 동하는 게 아닌가!
결국 견물 생심이라고 부엌칼 2자루와 이불 커버 하나를 지르고 왔다.
칼이 없어서도 아니고 이불 커버가 꼭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으이구... 이 어쩔길 없는 소유욕이여..
죽어야 끝날 것 같다. 그동안 참았던 내 소비욕구를 해소한 셈이니 한동안은 잠잠할 것이다.ㅎㅎ
며칠 후 토요일인 어제 진안에서는
올해 마지막으로 썸썸 바쟈회를 했다.
기증 된 겨울옷들을 단돈 천원에 판매했다.
남은 옷들은 주일예배 후 교인들에게도 선보였다.
기증받은 옷들이 제 주인을 찾아 살아났다. 서로 어울린다고 칭찬해주고..깔깔거리며.
말 그대로 즐거운 쇼핑이었다.
백화점의 고급진 쇼핑과 잔디밭의 중고 쇼핑!
그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행복의 차이는 이곳이 더 크다.
오후에는 반찬을 만들어서 동네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께 돌렸다.
약밥과 잡채 그리고 쇠고기 장조림을 했다. 많은 양을 하느라 진땀을 뻈다.
음식을 만들어 돌리고 나니 날이 저물었다.
별것 아닌 것이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니 나누는 우리도 기쁘다.
그리고 집에와서 단잠을 잤다. 몸이 고단하면 꿀잠은 당근이다!
서울과 진안의 격차!
그건 천원짜리 옷과 기백만원의 옷값 만큼이나 차이 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곳이 좋다!
바쟈회에 참여한 이들과 점심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