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노믹스74] 횡령과 배임 = 사울과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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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노믹스74] 횡령과 배임 = 사울과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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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노믹스 ] 횡령과 배임 = 사울과 전리품

 

김민홍 주간<기독교> 2022.04.01

 

회삿돈 입금 않고 빼돌린 후 개인 착복

착하고 선한 일에 쓰더라도 면죄 안 돼

 

타라농장은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요 무대이다. 이 농장은 스칼렛 오하라의 아버지가 도박판에서 딴 돈으로 산다. 스칼렛 아버지는 회사의 영업사원이다. 그는 그날 수금한 돈을 들고 포커판에 나갔다. 회사에 입금하지 않았다. 밤새 벌어진 포커판에서 거액을 땄다. 그 돈으로 타라농장을 구입했다. 스칼렛 아버지는 도박죄를 지었다. 이보다 더 무거운 죄도 지었다. 바로 횡령죄이다. 수금한 돈을 회사 금고에 넣지 않고 빼돌려서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저지르는 이와 비슷한 범죄행위는 또 있다. 영업사원 K씨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자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이익규모가 한 달 내내 열심히 뛰어서 받는 자신의 월급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는 친구 이름을 빌려 똑같은 차명회사를 몰래 차렸다. 동시에 자신이 올리는 매출은 그쪽으로 조금씩 빼돌렸다. 나중엔 아예 거래처를 통째 차명회사로 옮겼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 했다. 회사에서는 K씨의 매출 실적이 뚝 떨어지고 주요 거래처가 이탈하자 뒷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감사팀 조사에서 차명회사 운영이 밝혀졌다. K씨는 명백한 배임죄를 지었다. 회사는 K씨에게 권고사직을 종용했다. 관계당국에 배임죄로 고발 등 형사 처벌은 주저했다. 세무조사 등 후폭풍이 두려워서 그렇다. 회삿돈에 손을 대거나 뒤로 빼돌리면 그것은 횡령이다. 반면에 영업비밀과 기업정보를 경쟁사에 누출시켜 매출부진 등 기업에 간접 손해를 입히면 그것은 배임이다.

 

횡령과 배임은 쌍둥이나 다름없다. 횡령은 남의 돈이나 유형의 물건을 주인의 허락 없이 가져오거나 그냥 쓰고 반환을 안 할 때를 말한다. 배임은 무형의 재산손실과 간접적인 손해를 입힐 때를 일컫는다. 때문에 횡령과 배임은 보통 한 묶음으로 엮이는 범죄이다. 기업에서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이 발생하면 기업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운영이 어려워진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개인 간에도 더러 이런 일이 일어난다. 동창회에서 총무가 회원들이 납입한 돈을 유흥비 등 다른 곳에 흥청망청 썼다고 치자. 이때 총무는 횡령죄에 해당한다. 부동산 매매체결 후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후 그 땅에 돈을 더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서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할 때 매도인은 배임죄에 걸려든다. 

 

사울은 전리품에 손을 댔다. 뒤로 빼돌렸다. 사울은 전멸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지 않고 전리품을 남겨두었다. 사울의 패착이자 몰락을 초래한 초대형 횡령 사건이다. 사울의 횡령 사건 내막에 역사성이 녹아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마친 후 가나안으로 진입할 때 방해한 세력이 있었다. 아말렉 족속이다. 이들은 네게브 일대에 살던 에서의 후손들이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딱 버티고서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길을 내 주지 않았다. 하나님은 이를 응징하기로 작정 했다. 

 

하나님의 응징은 무거웠다. 사무엘을 통해 사울에게 내린 응징은 이렇다. 아말렉 왕 아각을 죽이라고 하셨다. 또 그들이 가진 모든 소유물은 하나도 남김없이 진멸하라고 명령하셨다. 어린이는 물론 남녀 가리지도 말고 동물까지 모두 없애야 했다. 인정사정 보지 말라고 하셨다. 자비심 또한 조금도 베풀어서는 안 되며 샅샅이 뒤져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은 죽이라고 엄명하셨다. 

 

그런데 사울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다. 아말렉왕 아각을 사로잡아 목숨은 살려 주었다. 여기다가 전리품 가운데 좋은 물건은 상당량을 빼돌렸다. 살찐 양과 소는 가려내 별도로 숨겼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진멸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사무엘을 찾았다. 왕권 교체의 뜻을 내비쳤다. 사무엘은 하나님께 매달렸다. 밤을 새우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사울을 용서하고 구원해 주실 것을 애원했다. 하나님은 외면하셨다. 이튿날 사무엘은 사울을 만났다. 사울은 전리품을 빼 돌린 사실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다고 변명했다. 이 때 사무엘 귀에 양들의 울음이 들렸다. 사울이 숨겨 둔 양들이었다. 사무엘은 이 양들의 출처를 추궁했다. 

 

사울은 그때서야 군인들이 아말렉 사람들에게 빼앗은 전리품이라 실토했다. 동시에 다른 동물들은 죄다 죽여 없앴다면서 이 전리품은 하나님께 제사드릴 제물로 바치기 위해 선별해 놓은 가장 좋은 양과 소들이라고 둘러댔다. 사울은 변명과 핑계를 댄 셈이다. 사울의 변명이 맞다 치더라도 이는 횡령이다. 기업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경리장부에서 돈을 빼냈다고 하자. 그래도 횡령죄는 벗어날 수 없다. 횡령한 돈을 선하고 착한 일에 쓴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명분이 그럴싸하더라도 어떤 돈이든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정당하지 않으면 법치에 어긋난다. 

 

사울도 그랬다. 하나님께 제사 지내기 위해서 아주 살찌고 잘 생긴 양과 소를 별도로 빼돌렸다는 사울 말을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사울은 따로 챙겼다는 점에서 횡령죄를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하나님은 순종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제사를 위해 순종을 버린 사울의 행동은 범죄이다. 그러나 배임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울이 아말렉의 아각에게 사전에 정보를 누출했다면 배임죄에 해당된다. 그런데 아각이 자체 정보망이나 또는 사울병력 움직임을 보고 낌새를 채고 도주했거나, 또 아각이 양이나 소 등 상당량을 사전에 안전지대로 빼냈다고 할 때 사울은 전쟁에 이겨 전리품을 챙겼다 하더라도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거나 어렵다. 배임죄의 딜레마이다.

 

미국 등 서양의 선진국엔 배임죄가 없다. 한국 일본 등에 배임죄가 존재한다. 공동체가 건강해지려면 신뢰사회가 우선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공동체는 발전한다. 횡령과 배임은 신뢰를 깨는 행위이다. 사울의 몰락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김민홍 본지 이사장 cnews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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