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탱자탱자 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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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탱자탱자 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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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목회를 할 때는 토요일은 거의 온종일 설교 준비에만 전념하고, 저녁에는 예배당 강대상 앞에 엎드려 '내일 예배 시간에 은혜를 많이 달라'고 몇 시간씩 기도를 했습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정말 성도들이 은혜를 받기 원해서였을까요?

아마 분명 그런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제가 설교를 잘 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잘 중계하는, 소위 능력 있는 목사란 소리를 듣고 싶은, 욕망도 적잖게 잠복해 있었을 것입니다.

 

2. 요즘은 목회를 안 하니까 그런 욕망에서 정말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좋습니다.

지난달까지는 한 달에 한 번, 6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하는 지금,

저는 토요일 내내 '탱자 탱자' 놉니다.

설교 준비도 안 하고, 기도도 안 합니다.

아, 아주 짧게 기도를 하긴 합니다.

"주님, 내일 알아서 하셔유, 난 몰러유, 본인 입으로 예배의 주인은 주님이시라고 했으니까, 알아서 하셔유."

그리고 마음 편하게 토요일을 보냅니다.

왜냐하면 설교를 잘 해서, 그 결과 신도들이 많아져서 예배 모임이 커지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거의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사람들이 안 오게 하기 위해서, 정말 설교 준비도 안 하고 기도도 안 하고, 뭐, 주님이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토요일을 보냅니다.

 

3. 저희 예배 모임에 포항에서 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포항, 요즘 정말 핫한 동네지요.

근데 서울에서 너무 머니까, 매번 오시지는 못하고, 몇 달에 한 번씩 오십니다.

이 분이 오늘 아침 8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오후 1시에 예배에 맞춰서 오셨습니다.

근데, 이 분이 찬송 시간에 내내 눈물을 훔치시는 겁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고, 설교 시간에도 연신 눈물을 닦기 바쁘셨습니다.

그 모습을 힐끗 훔쳐보면서, 제가 생각했죠.

"확실히 예배는 주님께 완전히 맡겨야 해. 거봐, 내가 아무 준비를 안 하니까, 주님이 모든 걸 다 준비하셔서 일하시잖아."

오늘 저는 주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4. 하지만 제가 예배 시간 내내 주구장창 건성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가끔은 아주 진지하게 예배에 임합니다.

가령 오늘은 설교가 끝나고, 합심 기도를 한 후, 제가 정말 성심을 다해 이런 마무리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지금 이 나라를 보세요. 뭐 하나 성한 구석이 없습니다. 멀쩡한 데가 하나도 없습니다. 온 나라가 어둠으로 뒤덮였습니다...(중략)... 주님, 사법부를 보세요. 썩어도 너무 썩었습니다. 부디 이 나라사법부의 판사들이 알게 해주세요. 저 하늘에 진정한 역사의 재판관이 계심을 깨닫게 해주세요. 불의가 정의를, 거짓이 참을, 어둠이 빛을 이겨먹는 세상은 이제 그만 사라지게 해주세요..."

제가 이런 기도를 드리니까, 

예배 시간 내내 침묵하던 모든 성도들이 큰소리로 '아멘,아멘'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글씨, 알고 보니 우리 예배 모임이 좌파들의 집합소였던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우리 예배 모임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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