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for Renewing America의 방문 연구원인 월리엄 울프
Center for Renewing America의 방문 연구원인 월리엄 울프 ©CP

Center for Renewing America의 방문 연구원인 월리엄 울프는 최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시리아 기독교인 학살, 외면하는 국제사회"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시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소수 종교인들이 대량 학살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그는, 서방 언론들과 국제사회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그의 글 전문이다.

지난 주말, 시리아에서 기독교인을 비롯한 소수 종교인들이 대량 학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새로운 이슬람주의 정권을 이끄는 아부 모하마드 알-졸라니가 본명인 아흐메드 알-샤라로 행세하며 권력을 잡은 이후, 이 같은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와 현지 소식통들은 지난 목요일 이후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희생자에는 최근 축출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파를 비롯해 기독교 소수자들이 포함돼 있다.

알-졸라니는 과거 ISIS와 알카에다에서 활동했던 이력의 소유자로, 오랫동안 기독교인들을 적대하며 그들의 말살을 추구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국제 사회와 주요 언론들은 그의 과거를 외면하며 그를 실용적인 개혁가로 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사이 시리아의 기독교인과 알라위파 신자들은 잔혹한 학살을 당하고 있으며, 서방 사회는 이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한 방관이 아니라, 기독교를 혐오하는 미디어와 실패한 신보수주의 외교 정책이 만들어낸 공모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알-졸라니가 누구인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방 언론이 그를 ‘자유 투사’나 ‘반군’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는 시리아 알카에다 지부였던 알누스라 전선의 수장이었으며, 현재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2024년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킨 후 시리아의 실권을 장악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3월 초 이후로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됐으며, 특히 라타키아와 자블레 등 해안 지역에서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 희생자 대부분이 기독교인과 알라위파 신자들이며, 여성과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HTS와 그 동맹을 맺은 지하디스트들은 가족 단위로 학살을 저지르며 잔혹한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알-졸라니의 기독교 혐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그의 세력은 텔 타메르 인근 마을에서 200명 이상의 아시리아 기독교인을 납치해 1인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으며, 협상이 결렬되자 세 명을 처형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 그는 터번을 벗고 정장을 입으며 ‘관용’과 ‘다양성’을 외치고 있지만, 그 손에 묻은 피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는 서방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뿐, 그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침묵하는 국제사회와 언론

이 같은 참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서방 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CNN, BBC,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들은 기껏해야 이를 ‘보안군과 아사드 지지자 간의 충돌’ 정도로 축소 보도할 뿐이다. 또한 유엔 역시 마찬가지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월 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작 학살을 주도한 세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시리아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한 선악 구도로 이해하는 국제사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오랜 기간 언론과 국제기구들은 아사드를 악으로 규정하고, 그를 몰아낸 세력이라면 누구든 ‘영웅’으로 묘사하는 서사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그 ‘영웅’들이 이제 기독교인을 학살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차라리 아는 악마’였던 아사드

바샤르 알 아사드는 독재자였다.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하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에게 그는 일종의 보호막이었다. 그의 통치 아래에서 기독교인들은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었고, 성탄절을 축하할 수 있었다. 아사드는 알라위파로서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을 견제했고, 적어도 소수 종교에 대한 보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HTS는 아사드 시절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폭력을 자행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소수 종교인들에게는 끔찍한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 ‘차라리 아는 악마가 모르는 악마보다 낫다’는 말처럼, 예측 가능한 세속 독재자가 극단주의 무장 단체보다 나았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반기독교적 편향성

이 학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서방 주류 언론은 기독교에 적대적이다. 할리우드에서부터 뉴스 채널까지, 기독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경멸이 존재한다. 시리아에서 기독교인이 학살당하는 것은 그들의 서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외면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공모 행위다. HTS가 ‘온건한 반군’이 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심어준 언론들은 이제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는 대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열렬히 환호했던 이들은, 그 결과로 벌어지는 기독교인 학살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

◈미국의 공식 입장

다행히도, 미국 정부의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직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월 9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최근 서부 시리아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 특히 외국인 지하디스트들이 저지른 학살을 강력히 규탄한다. 미국은 시리아의 기독교인, 드루즈, 알라위파, 쿠르드족을 포함한 종교 및 민족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실패한 신보수주의 외교 정책

이 사태는 미국의 신보수주의 외교 정책이 낳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아사드의 몰락 이후 탄생한 것은 온건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기독교인과 소수자들을 사냥하는 극단주의 정권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이다. 기독교인들의 피맺힌 절규가 계속되는 한, 우리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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