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47] 제3차 전도여행(34) 니고볼리(2)
알바니아 사란다 버스터미널서
버스 타고 프레베자까지 이동
검문소 지나 그리스 영토 입국
발칸, ‘세계의 화약고’는 옛말
알바니아, 친절하고 종교 자유
니고볼리, 프레베자 10km 북쪽
남부 알바니아 항구도시 사란다의 버스터미널에서 필자가 탄 버스는 프레베자(Preveza)를 거쳐 아테네까지 가는 버스로, 도중에 프레베자에서 정차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내용을 발견할 수 없어 일정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던 중, 알바니아 제2의 도시 두레스에서 5시간을 달려 사란다에 도착하니 뜻밖에 이곳에서 출발하는 프레베자행 버스가 있어 무척 반가웠다.
이른 아침에 버스에 탑승하여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회사 여직원이 버스에 올라오더니 필자에게 다가와 서툰 영어로 “이 버스는 프레베자에 들어가지 않고 그 입구에 정차하니, 내려서 다른 교통편(버스 또는 택시)을 이용하여 프레베자 시내로 들어가라”고 한다.
이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그리스 중년 신사 한 명이 필자에게 와서 여직원의 서툰 영어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 줬다. 알고 보니 이 그리스 신사는 사란다에서 운수사업을 하고 있다며 아테네로 가는 중이라고 한다.
사란다를 출발한 버스는 남부 알바니아의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변을 따라서 달리다가 국경 검문소를 지나 그리스 영토 안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서 달렸다.
발칸반도에서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일어났고,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1991년 이후 7개의 작은 나라로 갈라지면서 여러 민족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일어났으므로 ‘세계의 화약고’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 저항의 축(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이란)의 중동 전쟁, 미얀마 내전, 그리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중국의 대만 침공, 북한 핵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반도 위기 등을 고려해 보면, 발칸반도가 더 이상 ‘세계의 화약고’는 아니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단어 때문에 발칸반도를 황량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막상 가 보면 우선 기후가 좋고(해안은 지중해성 기후, 내륙은 대륙성 기후),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답고, 토지가 농사를 짓는데 비옥하고 주민들이 친절하고 상당히 순박하다.
그 가운데 알바니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인 1944년부터 공산국가가 되어 종교의 자유가 없어지고, 외국과의 모든 교류가 끊긴 채 비밀경찰을 동원하여 공포정치를 했다. 그러나 독재자 호자(Enver Hosha)가 1985년 사망한 후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나라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크게 바뀌었다.
필자는 알바니아를 2회 방문하였는데, 알바니아 출입국 관리들은 유럽 어느 나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보다 친절해 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의 자유도 회복돼, 이슬람 국가지만 교회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사란다의 교회에서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그리스 땅에 들어와 해안을 달리자, 해안도로 양옆에는 거대한 삼림 지역이 나타나 마치 버스가 삼림 지대 속을 달리는 것 같다. 해안 바다 끝까지 덮여있는 삼림 지대와 바다가 만나는 장면은 매우 멋있는 파노라마다.
그리스 서북 지역은 원래 그리스 전역에서 삼림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대학에서 임산가공학을 전공하고 목재 회사에서 34년을 근무한 필자로서는 삼림(Forest)이 양쪽에서 펼쳐지는 전경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한참 후 버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가자 버스 앞부분에 앉아 있던 그리스 신사가 일어나 필자에게 오더니, 곧 프레베자라고 하며 운전기사에게 큰 소리로 차를 세우라고 한다. 우리는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 위에서 하차하여 짐을 찾자 버스는 출발했다.
만약 그리스 신사가 버스 운전기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버스 운전기사는 우리를 내려주는 것을 잊고 계속 고속도로를 달렸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리스인의 친절로 필자와 집사람, 그리고 손녀 2명만 이곳에서 내렸다.
우리는 톨게이트까지 걸어와 직원에게 프레베자 시내까지 가는 교통펀을 물어보자, 그 직원은 영어를 전혀 못하므로 영어가 가능한 다른 직원을 불러주길래, 영어 가능한 직원이 나타나 택시밖에는 없다며 친절하게도 전화로 택시를 불러줬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택시가 나타나 우리는 그 차를 타고 해저 터널을 지나 프레베자 시내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도 바울이 디도서 3장 12절에서 언급한 니고볼리는 프레베자 시내에서 약 10km 북쪽에 있다. 사도 바울과 관련된 니고볼리를 보려고, 우리는 이런 경로를 통해 프레베자에 온 것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