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선교사 억류는 ‘불법 임의 구금’… 즉시 석방 촉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가장 강력한 수준 메시지, 6개월 내 이행해야

韓 선교사 3인 억류 10년 넘어
①즉각 석방과 보상 및 배상권
②완전하고 독립적 조사 보장
③권리 침해 책임자 적절 조치
④이번 결정, 최대한 널리 공표

▲북한 억류 한국인 선교사 3인, (왼쪽부터)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김정욱 선교사는 2014년 5월 기자회견,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며, 이후 셋 모두 소식이 끊겼다. ⓒVOA

▲북한 억류 한국인 선교사 3인, (왼쪽부터)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김정욱 선교사는 2014년 5월 기자회견,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며, 이후 셋 모두 소식이 끊겼다. ⓒVOA

유엔(UN)이 한국인 선교사들을 10년 이상 장기 억류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불법 임의구금을 중단하고 선교사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이하 WGAD)’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북한이 납치 또는 불법 체포해 억류하고 있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의 자유 박탈은 ‘임의 구금’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채택했다고 통일부가 발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선교사 3명에 대해 북한이 ①국제법에 따른 즉각 석방과 보상 및 배상권 제공 ②자의적 자유 박탈 상황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인 조사 보장 ③권리 침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 ④WGAD의 이번 결정을 모든 수단을 통해 최대한 광범위하게 공표 등 4가지 사항을 6개월 내에 이행하라고 했다.

WGAD는 북한의 선교사 억류를 ‘자의적 임의 구금’으로 판단한 근거로 ①북한이 선교사 3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②불명확한 범죄를 근거로 신념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③변호인 조력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④종교 활동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 의해 자유를 박탈했다 등의 의견을 채택했다.

또 선교사 3명에 대한 자유 박탈은 ‘세계인권선언’ 제2·3·8·9·10·13·18·19조에 위반되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9·12·14·19·21·26조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의견서 발표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가족들이 작년 7월 WGAD에 이들의 장기 억류가 임의 구금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달라고 제출한 진정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번 진정에 대해 WGAD에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구금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억류 선교사들의 가족들은 유엔 WGAD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김정욱 선교사 아내 이복주 씨는 “북한에 있는 남편과 선교사님들이 말할 수 없는 참혹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유엔이 강력하게 나서준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며 “신속한 석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국기 선교사 아내 김희순 씨는 “고통받는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 반가운 소식”이라며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이 생긴 뒤 유엔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니 희망이 생긴다”고 밝혔다.

최춘길 선교사 아들 최진영 씨는 “처음 공개적으로 유엔인권이사회 행사에 가서 ‘북한에 빼앗긴 아빠를 돌려 달라’고 한 지 1년 만에 이렇게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와 너무 감사하다”며 “WGAD 의견서에 북한이 6개월 안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니, 부디 이번 기회에 북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교사님들을 모두 석방해 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평화한국에서 전시했던 북한 억류 선교사 3인에 대한 설명과 기도제목. ⓒ크투 DB

▲평화한국에서 전시했던 북한 억류 선교사 3인에 대한 설명과 기도제목. ⓒ크투 DB

통일부 “북한 불법행위 강력 규탄”

이러한 유엔의 발표는 김영호 장관 주도로 장관 직속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전담하는 ‘납북자대책팀’을 신설하는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에서 인권 정책에 적극 나선 데 따른 하나의 결실이다.

통일부는 이번 선교사 가족들의 진정서 작성에 함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억류자 가족이 통일부 ‘납북자대책팀’과 함께 제네바 WGAD를 방문해 담당 국장을 면담하고 유엔 차원의 적극 관심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유엔의 발표에 대해 통일부는 14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북한에 의한 선교사들의 억류(자유 박탈)는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국제사회가 공식 확인한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불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우리 국민들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선교사들의 즉각 송환에 대한 우리 의지를 북한에 명확하게 전달하고,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 및 국제사회 주요 기구·단체 등과 협력해 억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또 “북한의 선교사 억류를 유엔이 ‘자의적 구금’으로 결정한 사실을 국내외 유관 기관 및 시민사회, 국제 동반자들에게 공유하고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국제 공개 토론회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억류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의 그간 노력과 이번 유엔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억류자 가족들을 대리해 WGAD에 진정서를 제출한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신희석 박사는 “이번 결정은 유엔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메시지”라며 “광범위한 인권침해까지 확인하고, 반인도범죄 해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넘게 北에 억류된 선교사 3인… “잊지 말고 기도를”

북한에 억류돼 있는 3명은 모두 우리 국민이면서 선교사로, 기독교계는 석방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 씨는 중국 단둥을 기반으로 탈북민 대상 구호·선교활동을 펼치다 12년 전인 2013년 10월 8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2014년 5월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등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도 단둥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각각 2014년 10월과 12월에 체포돼, 2015년 6월 무기노동교화형이 확정됐다.

이들 외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도 지난 2016년 억류돼 10년째를 맞는다. 이들에 대해선 아직 WGAD에 진정을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캐나다 등 외국인 억류자들은 모두 석방했으나, 한국인 억류자 6명에 대해선 생사조차 확인하지 않는 이중적 만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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