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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글, 40년 만의 그림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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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 〉          



《 돌배 》 - 미야자와 컬렉션 5  | 날개달린 그림책방 63

  _미야자와 겐지 (지은이),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긴이)

        여유당     2025-03-10    원제 : やまなし          




우리의 삶에서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반대로 행운 역시 불현 듯 다가온다. 바라지 않던 불행, 꿈도 꾸지 않았던 행운이 교차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땅을 떠나는 시간이 왔을 때, 대부분 인생견적을 내볼 것이다. “참 괜찮게 살아온 인생길이었다.” 아니면 “이번 생은 망쳤다. 죽도록 고생만 하다 간다.”          



“아기 게 두 마리가 푸르스름한 계곡 바닥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처음으로 부모하고 떨어져서 형제들만 둘이 손 붙잡고 바깥나들이를 나온 듯하다. 때는 오월이었다. 느닷없이 어린 게 형제들의 입에서 나오는 “클램본이 웃었어.” “클램본이 카푸카푸 웃었어.”클램본이 누구지? 카푸카푸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그렇게 놀고 있던 중 제법 큰 물고기 한 마리가 계곡의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먹이를 찾아다니다 변을 당했다. 계곡 천장에 하얀 거품이 일면서 파랗고 번쩍번쩍 빛나는 총알 같은 것이 느닷없이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아채간 것이다. 물고기에게 불행은 그렇게 불현 듯 찾아왔다. 그것을 바라 본 아기 게들은 아무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마침 아빠 게가 나와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형제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빠 게가 답했다. “그놈은 물총새야. 그리고 그놈은 우리는 안 건드려. 걱정마라.”          






십이월이 되었다. 아기 게들도 제법 많이 자랐다. 바닥 풍경도 여름과 가을을 지나며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황금 테두리가 빛나는 어떤 물체가 계곡에 떨어졌다. 물총새에 놀란 게 형제가 목을 움츠리자 아빠 게가 답했다. “아니다. 저건 돌배야. 저기 흘러간다. 따라가 보자. 아, 냄새 좋다” 결국 아빠 게와 형제 게는 돌배가 있는 곳까지 왔다. 형제들이 돌배를 먹어보고 싶어 하자 아빠 게는 “안 돼. 기다려. 하루 이틀 지나면 아래로 내려올 거다. 그리고 저절로 맛있는 술이 될 거란다.” 아마 도 지금쯤 형제 게들은 부드러운 돌배의 속살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을 테고, 아빠 게는 돌배 바닥에 고여 있는 달콤한 술을 홀짝이며 이렇게 말 할 것이다. “행복이 별건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이지.”          



이 그림책  『돌배』엔 독특한 사연이 담겨있다. 우선 이 그림책의 텍스트가 되는 동화의 저자 일본의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다. 이 동화는 무려 100년 전에 쓰인 작품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오승민 작가는 열두 살쯤 돌배를 읽었다고 한다. ‘화가가 되면 이 이야기를 꼭 그려야지’하고 다짐했다고 하다. 40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 그림이 퍽 정겹고 따뜻하다. 특히 자작나무 꽃잎이 계곡 천장을 가득 메우며 햇살과 함께 쏟아지는 장면은 환상적이다. 어른아이를 위한 동화 그림책이기도 하다.                    


#돌배  #미야자와겐지컬렉선5  

#오승민  #박종진 

#여유당  #쎄인트의책이야기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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