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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나는 어디에 있는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1. 9.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읽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브뤼노 라투르 지음|김예령 옮김|이음 펴냄|212쪽

 

2020년 초 시작되었던 코로나 19 사태는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을 주도하던 격리와 마스크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코로나 19 이전의 삶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19 이전의  인간과 동일하지 않다. 지구는 인간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간형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지구행성 생활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컨셉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과학기술사회학자로 알려진 브뤼노 라투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변신"으로 표명한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레고르는 하루아침에 큰 벌레처럼 변한 겉모습 탓에 가족들에게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배제당한 끝에 방에 갇혀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라튀르는 일반적인 해석과 달리 이 ‘변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흰개미-되기, 벌레-되기라는 개념을 통해 오히려 우리 모두는 변신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타인으로부터의 전염을 두려워하여 자신을 스스로 격리하고 고립시킨 각자는 그레고르의 상황과 흡사하다. 판데믹 상황에서는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마저도 타자화된다. 격리 중에도 소통할 수 있는 화상 회의나 메신저 등 편리한 수단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온라인 소통이 단절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그리고 면대면으로 대화할 때도 마스크가 얼굴 대부분을 가려 소통을 방해한다. 서로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타인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과 지구 환경을 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라투르는 벌레-되기가 그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벌레-되기란 자신을 원자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물질이 생겨난 이래로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과거의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이나 다른 생물이거나 무기물이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내 몸이라고 인식하는 신체는 온전한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주적 관점에서는 지구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볼 수도 있다(가이아 이론). 라투르는 지구와 우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지구와 지표면 위 행위자들의 층(임계영역)이 지구이며 그 너머 행위자들의 영향이 닿지 않는 외부가 우주이다. 그리고 지구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는 행위자들에 대해 지구생활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여기서 행위자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과 환경까지 포함한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행위자라는 이름을 명명함으로써 이들은 인간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라투르는 같은 지구이지만 우리의 시각을 달리하여 비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함께 구성원이 되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아갈 필요성을 역설한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 Ubermensch을 가르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하였는가?

지금까지 모든 인간들은 스스로를 초월하여 무엇을 만들어왔다.

그럼에도 그대들은 이 위대한 밀물의 썰물이기를 원하며,

인간을 극복하기보다 오히려 진심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가? (중략)

그대들은 벌레에서 인간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노라.

그러나 그대들 속에는 아직도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남아 있도다.

그대들은 일찍이 원숭이였노라."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인간을 넘어서야 한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과거의 것들이 또 현재의 것들을 만든다. 말하자면 원자는 그때그때 변신을 하며 적응한다. 인간도 또한 원자에서 왔기에 고정된 인간이 아니라 계속 환경에 따라 적합하게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 19라는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타자와의 경계를 허무는 ‘변신’을 해야만 한다.

 


 

글 | 노은서 편집위원

과학과 신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고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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