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평등 집행위원회의 헬레나 달리 위원이 트위터에서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자축했다. (사진=트위터)

유럽연합(EU)의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가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차별적인 말이라며 사용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내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바티칸 등 각계의 반발에 직면하여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지난 11월 30일 발표했다.

EC의 32쪽 분량의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위원회 내에서 성별중립적, LGBTQ+(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성전환자와 무성애자 등) 친화적인 언어 사용에 대한 규정에 대한 내부 문건으로, 평등위원회 헬레나 달리가 지난 10월말 트위터에 올리면서 공개되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일지오날레(il Giornale)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남성 대명사(he)를 대표 대명사로 사용하지 말고,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대신 친애하는 동료들(colleagues), 미스터(Mr)나 미스(Miss) 대신 Ms로 통일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종교 부문에서 ‘크리스마스(Christmas)’라는 용어가 사용 금지 목록에 포함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모든 사람이 기독교인은 아니며, 모두가 기독교 휴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크리스마스 대신 ‘홀리데이(holiday)’라는 용어를 쓸 것을 권고했다. 또한 글 작성 시 ‘기독교식 이름’ 사용을 피하고 ‘성(姓)’을 사용하라고 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후 교황청과 보수 정치권, 전임 유럽위원회 위원까지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교황청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바티칸 국무원장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 중심이 되는 기독교적 뿌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또한 전임 EU 집행위원회 위원을 포함하여 보수 정치권도 즉각 강력하게 이 방침을 비판했다.

헬레나 달리 EU 집행위원회 위원이 이 가이드라인의 재검토를 약속하는 발표문을 11월 30일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트위터)

사회 각계의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 11월 30일, 달리는 “우려가 제기된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일부 예시는 관례적인 것으로 아직 완전한 문서가 아니라”며 “위원회가 이를 철회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물러났다.

한편 EU 의회(European Parliament)와 EU 이사회(European Council)도 이미 분명한 예시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EU 집행위원회와 유사한 권고안을 발표했었다.

[주민영 기자] 2021-12-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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