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여성과 아이들이 UN에서 나눠주는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몰려있다. (사진출처=AP Photo/Bernat Armangue)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탈레반은 과거와는 달리 인권을 존중하고 ‘정상 국가’를 지향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이미 한 차례 탈레반을 경험한 바 있는 수많은 아프간 국민은 필사적으로 모국을 탈출했고, 현재도‘ 탈출 러쉬’는 이어지고 있다.

남겨진 이들은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WSJ)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한 가장은 550달러(약 65만원)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자에게 세 살배기 딸을 넘겼다. 매체는 남은 여섯 명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아프간의 경제난은 처참한 상황이다. 그동안 아프간 중앙은행은 미국이 조달하는 달러화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였으나, 미군의 철수로 자금 흐름이 멈췄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금융 시스템과 무역이 모두 중단됐다. 이후 기본적인 식량, 전기 등 모든 생필품의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원화로 약 10원가량 하는 빵을 구하지 못해 빵집의 영업이 종료되는 시각이면 남은 빵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인파들로 가득하다. 생활고에 자신의 소유를 들고 시장에 나와 판매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실정에 탈레반 경제부는 최근 비공식적으로 국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의 대표단 미팅을 요청했다. 탈레반은 각 단체 대표들의 현재 위치와 목적 등을 조사했으며 조만간 이들의 입국을 허용할 조짐을 보였다.

단체들의 입국이 허용될 경우, 식량과 생필품, 의료품 등의 원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선 아프간 주민들 (사진출처=REUTERS/Stringer/File Photo)

현재 아프간의 국제선은 대부분 중단됐으나 카타르 항공만이 최근 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 고위 관료 혹은 비자를 발급받은 소수만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탈레반 정권 초기 큰 우려를 샀던 기독교인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은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검침으로 기독교인임이 발각될 경우, “무슬림으로 돌아오라”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지속해서 받게 된다.

현지 소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의 눈을 피해 지하교회에서 힘겹게 예배를 이어가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새 신자 등록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탈레반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정권 당시 여성들의 교육과 근로를 모두 금지했던 탈레반은 이번에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포한 바 있다.

여학생들의 공교육을 12학년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논의 중이나, 현재 남학생들의 등교는 허용된 반면 여학생들의 등교는 아직 허락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 공무원들의 출근도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센 만큼, 향후 탈레반이 인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인애 기자] 2021-10-18 @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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