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국제선교단체인 원호프(OneHope)가 작년 전 세계 20개국의 만 13~19세 8,3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글로벌 청소년 문화(Global Youth Culture)’ 연구보고서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 배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 24일부터 3월 27일까지 70개 문항으로 진행된 이 설문 조사에는 아프리카(1,275명), 아시아(2,100명), 유라시아(2,936명), 중남미(1,673명), 북미(410명)에서 참여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5%포인트). 근래 들어 전 세계 10대 청소년 세대의 종교관, 고민과 방황 현상, 디지털 연결성, 성 정체성, 행동 양식과 습관 등에 관한 가장 깊이 있고 포괄적인 분석 자료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 10대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다음세대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에도 상당히 유의미한 연구 결과로,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선택사항으로서의 성 정체성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성 정체성과 관계

이번 연구 결과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45%)는 성별(젠더)을 기본적으로 타고난다는 전통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머지(50%)는 성별을 개인의 느낌 또는 성적 호감에 따라 개인이 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많은 청소년이 ‘주관적 젠더’라는 개념에 동의하지만, 실제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거나 성전환을 원하는 청소년은 그보다 적었다.

지역별 성에 대한 생각도 차이를 보였다. 중남미는 성별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61%)이 성별은 타고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33%)의 두 배에 근접했다. 반대로 아프리카 청소년 4명 중 3명(72%)은 성별은 기본적으로 태어날 때 정해진다고 응답했고, 느낌 또는 욕구로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23%)는 적었다. 북미 청소년의 53%, 아시아 청소년의 45%, 유라시아 청소년의 38%는 타고난 성별로 성이 결정된다고 봤고, 북미 청소년의 45%, 아시아 청소년의 50%, 유라시아 청소년의 57%는 느낌 또는 욕구에 의해 스스로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전 세계 청소년의 10%는 최근 3개월 동안 성 정체성 혼란을 경험했고, 15%는 지금의 성별이 아닌 다른 성일 때 ‘나답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청소년(12%)은 남자 청소년(9%)보다 성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비율이 높았다. 여자 청소년의 절반 이상(59%)은 근본적으로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느낌이나 욕구라고 대답했지만, 남자 청소년은 이보단 적은 42%만이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과 다른 성이 되기 위해 몸을 바꿔도 괜찮은지 묻자, ‘그렇다’는 42%, ‘그럴지도 모른다’는 24%, ‘아니다’는 34%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남녀 비율은 마찬가지로 여자(52%)가 남자(32%)보다 훨씬 높았다.

믿음(신념)이 있고 성경 읽기와 기도가 생활화된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7명이 성별에 대해 전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10명 중 1명만이 다른 성이 되기 위해 몸을 바꿔도 괜찮다고 말했다.

동성에 대한 호감과 상관관계를 갖는 4가지 요소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한편, 세계 청소년 5명 중 1명은 최근 3개월 동안 동성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종교가 있는 청소년(18%)보다 종교가 없는 청소년(25%)이 동성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동성에 대한 호감은 이슬람 청소년(13%)과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12%)에게서 가장 낮았다.

원호프는 “동성에 대한 호감은 다른 행동들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자살 시도를 했다고 응답한 청소년들 중 거의 절반(46%)이 동성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마약류 사용, 우울, 심한 불안, 포르노 시청 등도 동성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응답할 확률을 거의 두 배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에 대한 세계 청소년의 시각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57%)은 결혼은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이라고 믿었지만, 확실히 모르거나(27%) 그렇지 않다(16%)는 대답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청소년의 48%는 결혼이 남성과 여성 간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해, 남성과 여성 간에만 결혼이 성립한다는 대답(40%)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여자 청소년들은 남자 청소년들보다 결혼에 대해 덜 전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청소년은 결혼이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이라고 답한 비율(53%)이 남자 청소년(61%)보다 낮았고, 결혼이 남성과 여성 간에만 성립하지 않는다는 응답(58%)도 남자 청소년(38%)보다 높았다. 성경적 결혼관은 소수 의견이었다. 결혼은 남녀가 하는 것으로,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이며, 혼전 성관계를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10명 중 1명뿐이었다. 국가별로는 나이지리아 청소년의 91%가 결혼은 평생 함께하겠다는 언약이라고 생각했고, 스페인 청소년의 81%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은 결혼에 대한 시각이 일반 청소년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은 86%가 결혼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언약이라고 응답했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에만 성립한다는 응답도 75%로 높게 나타났다.

혼전 성관계에 대해서는 성경의 가르침과 별개로, 크리스천 청소년들도 인정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51%)과 같았다. 크리스천 청소년들(34%)은 기타 종교 청소년들(26%)보다도 최근 3개월 동안 성활동을 했다는 비율이 더 높았다.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결혼과 혼전 성관계에 대한 시각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 역시 혼전 성관계는 문제가 있다(60%)고 보면서도, 최근 성적 활동은 전체 청소년 평균(29%)보다 높았다(33%).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혼전 성관계가 문제 있다고 보는 경우는 20%에 불과했고, 최근 성적 활동을 했다는 대답은 33%였다.

원호프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는 결혼이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남녀 간의 언약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이탈하고 있다. 더불어 대다수의 청소년이 성관계를 결혼 이후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들이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을 이해하고, 배우자에 대한 헌신이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다수 청소년은 가족관계와 친구관계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82%는 가정생활이 전반적으로 좋다고 응답했다. 세계 청소년의 57%는 양부모 가정에, 35%는 편부모 또는 다른 가족과 살고 있었다. 인도의 경우 편부모와 생활하는 청소년(47%)이 양부모와 생활하는 청소년(20%)보다 많았지만, 20개국 청소년 중 가장 많은 비율(93%)이 가정생활이 전반적으로 좋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국 청소년 3명 중 1명은 가정생활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응답하는 등 가정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청소년들과 부모와의 실질적인 친밀도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대화의 빈도를 묻자, 세계 청소년의 81%는 부모님과 가끔 또는 자주 중요한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청소년 5명 중 1명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거나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인도 청소년들은 이 주제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63%)이 부모님(보호자)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고 응답했고, 대조적으로 미국 청소년들은 부모님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대화하지 않을 확률(30%)이 가장 높았다.

친구관계를 파악한 결과, 전 세계 청소년의 82%는 ‘나를 잘 아는’ 가까운 친구들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89%), 인도(88%), 포르투갈(87%), 스페인(87%), 러시아(86%) 청소년들은 같은 질문에 평균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가까운 친구가 없다는 대답은 일본(28%), 브라질(26%), 베트남(26%), 미국(23%), 멕시코(21%)에서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의 가정생활, 부모와의 진지한 대화 유무, 친구관계에는 남녀와 종교를 불문하고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삶의 의미에 대한 대화와 옳고 그름에 대한 대화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영향 인자와 조언의 창구

오늘날 청소년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며, 성별과 성 문제에 대한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셜미디어(SNS)와 친구였다. 청소년들은 인생의 중요한 주제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 때 주로 가족을 찾았다. 인생의 의미나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가족이었다. 청소년들은 삶의 의미에 대한 대화의 상대로 ‘가족 구성원’(41%), ‘온라인/소셜미디어’(20%), ‘친구/또래’(19%), ‘선생님/상담 전문가’(7%), ‘오프라인 미디어’(7%), ‘종교 지도자/종교 관련 글’(7%) 순으로 대답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대화 상대로는 ‘가족 구성원’(50%), ‘친구/또래’(16%), ‘온라인/소셜미디어’(14%), ‘선생님/상담 전문가’(9%), ‘종교 지도자/종교 관련 글’(7%), ‘오프라인 미디어’(5%) 순이었다.

국가별 가족의 영향을 살펴보면 상위 국가는 멕시코(65%), 콜롬비아(63%)이고, 하위 국가는 이집트(29%), 중국(33%)이었다. 청소년의 가정생활 만족 비율이 가장 낮은 미국에서도 주로 가족에게 옳고 그름(52%)이나 삶의 의미(42%)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얻는다고 했다.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조언의 창구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크리스천 청소년 10명 중 약 1명은 주로 목사님이나 성경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고 말했으나,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은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보다 출석교회 목사님과 성경에서 조언과 지침을 구할 가능성이 4배나 높았다.

원호프는 “이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은 청소년기에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청소년기는 길잡이 믿음(신념) 체계인 세계관이 형성되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며, 이때 세계관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성별과 성 문제에 관한 한 중요한 조언의 창구는 인터넷이었다. 청소년 3명 중 1명 이상(36%)이 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와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친구/또래’(23%), ‘가족 구성원’(20%), ‘선생님/상담 전문가’(11%), ‘오프라인 미디어’(6%), ‘종교 지도자/종교 관련 글’(4%) 순이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크리스천 청소년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독실한 크리스천은 영적 지도자나 하나님의 말씀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종교별 영향력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청소년들의 종교적 믿음을 바꾸는 것

청소년들은 기존의 종교적 믿음을 바꾸게 한 것으로 ‘기도응답’과 같은 개인적인 경험(3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기보다 스스로 알아보는 것을 선호했다. 그다음은 ‘직접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알아보기’(26%), ‘부모님과의 대화’(18%), ‘종교 지도자의 가르침’(12%) 순이었고, ‘친구와의 대화’(8%)는 가장 적었다. 유일하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인도는 청소년의 거의 절반(46%)이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개인적인 경험(15%)의 순위는 훨씬 낮았다.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다른 종교에 비해 개인적인 경험이 있으면 생각을 바꾸겠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더 높았다. 전 세계 청소년 중 개인적인 경험을 가장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은 무슬림 청소년들이었는데, 이들은 ‘종교 지도자의 가르침’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원호프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관한 한, 청소년들이 궁극적으로 신뢰하고 의뢰하는 대상은 가족”이라며 “아이가 무엇을 믿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부모이고, 성경과 교회는 다른 인자들에 비해 영향력이 적었다. 특히 젠더와 성에 관한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또 “소셜미디어와 또래들이 전파하는 문화의 소리가 커지면서 청소년들에게는 문화가 중요한 문제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교회가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어 중요한 문제들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안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청소년들의 종교적 믿음의 영향 인자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생물학적 가족과 영적 가족의 중요성

롭 호스킨스(Rob Hoskins) 원호프 대표는 이번 연구보고서 마지막에 첨부한 편지를 통해 “탈-진실(post-truth) 문화 시대에 거룩한 세대를 세우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듯, 문화로 혼탁해진 젠더와 성 문제 같은 주제에 관해 우리 청소년들은 지혜로운 조언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적인 수의 청소년들이 힘겹게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고,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를 경험했다는 것은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청소년들은 중요한 질문이 있을 때 생물학적 가족이든 영적 가족이든,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의미를 주는 목적에 대한 답을 구할 때, 하나님의 말씀이나 목사님 또는 교회에서 찾지 않고 구글과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며 “지금의 청소년들은 의심하는 도마와 너무나 닮은 것 같다. 도마는 요한복음 14장 5~6절에서 중요한 인생 질문으로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라고 던진다”고 했다.

호스킨스 대표는 “우리는 청소년들을 예수님께 인도해야 한다. 예수님은 도마의 때와 똑같이 지금도 가슴을 울리는 진리의 말씀으로 의심과 혼란과 질문에 응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세대는 이 세상이 제아무리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문제가 많은 곳이라도 예수님의 답변에서 진리를 찾고 정확한 방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원호프 연구보고서 ‘글로벌 청소년 문화’ 다운로드 바로가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