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회]신간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를 소개하며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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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 | 김은혜 외 지음 | 쿰란출판사 | 2023


디지털 네이티브, 인공지능, 초연결사회, 가상현실, 메타버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용어들일 것이다. 요즘 흔히 회자되는 중요한 개념인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무엇보다 이런 기술의 변화가 나의 삶과 관계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더더욱 와닿지 않는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요즘,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관련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런 마당에 작금의 변화가 목회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이 와중에 청년 세대는 교회의 전통적인 방식을 낯설어하며 점차 떠나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목회자들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러울 뿐이다.

신간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는 이런 고충을 안고 있는 목회자들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HTSN(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소속 연구진들의 논문 11편을 엮어낸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종교 및 목회 현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MZ세대의 특징을 중심으로 게임, 초월성, 공동체, 장애, 교육, 상담 등 다채로운 영역을 망라한다. 특히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혼종적 정체성을 형성하며, 온라인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MZ세대에 대한 이해의 초석을 다지도록 돕는다. 또한 교회가 이들의 영적 갈망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구조와 소통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디지털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권한다.

 

기술이 종교를 대체하는 세상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사회를 사이버 공간에서 강의·업무·회의·거래 등이 모두 이루어지는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서의 기능적 역할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문화를 형성하고 사람들의 세계관을 변화시키며, 더 나아가 현대인의 정서적·영적 경험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오늘날의 탈종교 현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종교학자 로버트 제라시(Robert M. Geraci)는 전통적으로 종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초월성을 오늘날 가상세계와 온라인 게임이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이머들은 게임 안에서 윤리적 성찰을 할 기회를 얻고, 공동체에 소속되며, 심지어 초월성까지 경험한다.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고, 영웅적 공적을 성취할 수도 있으며, 현실세계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의 가상세계는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초월을 경험하는 거룩한 장소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MZ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상호얽힘의 세계, 즉 ‘피지털(physital)’ 세계이다. MZ세대는 삶 속에서의 피지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혼종적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들은 기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실현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 안에서 고유한 공동체와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가?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

MZ세대가 교회보다는 디지털 공간과 온라인 게임 안에서 공동체성과 초월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 네트워크는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광대한 자유를 선사한다. 디지털 공간 안에서의 의사소통은 수평적이고 상호적이며, 개인적이면서도 공적인 특징을 갖는다. 또한 온라인 게임은 하나의 놀이로서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경쟁과 좌절로 가득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줌으로써 자기를 초월하게끔 하며, 현실에서 줄 수 없는 새로운 비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과 미디어에 내재되어 있는 초월성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게이머의 의식적인 자기반성이 없는 경우, 게임은 초월의 매개체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자기 반복의 장에 불과하게 되며, 오히려 상상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교회를 떠난 MZ세대는 자신의 신념, 가치관,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으로 이주하고 있다. MZ세대가 다시 관심을 기울일만한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교회는 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저자들은 교회의 권위주의적인 구조와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의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복음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까지 교회에서의 교육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중점을 이루었으며, 대부분 사역의 목표는 교회의 성장과 ‘부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가운데 초월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하나됨을 경험하며, 현실에 대한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는 영적 공동체이자 공적 집단이다.

따라서 교회는 기술이 현대인의 삶의 방식과 인간의 본질 자체를 바꾸어 버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그 유용성과 편리성만 보고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기술을 통해 어떻게 교회가 더욱 하나님 나라의 모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창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은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소통과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공했다. 또한 보조공학과 재활공학의 발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드리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진보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반갑게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적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특히 정서적·관계적·영적 영향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교회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이나 폐해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제공하며, 특히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과 정체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기술의 혁신적 변화는 이미 ‘특이점’을 지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에서의 활동과 관계 중심으로 구성되던 이전의 세계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과 그것이 형성하는 문화와의 공존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복음의 메시지는 영원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해왔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가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들려지도록 증거 할 책임이 바로 오늘의 한국 교회에게 주어져 있다.


이러한 고민을 가진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을 위하여, HTSN은 북콘서트 “디지털 시대,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를 상상하다”를 마련했다.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의 저자들의 강연과 대담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5월 9일(화) 오후 2시~5시, 도림교회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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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나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기독교와 문화 석사 졸업 후,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HTSN) 간사로 일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배운 걸 남 주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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