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칼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요"
[생각칼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요"
  • 나관호 발행인
  • 승인 2022.10.2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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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 목사의 행복발전소 191]

무지개 다리 건너간 사자개, '흑당'/
사자개 흑당이와 우리집 강아지 위니/
아내의 짠한 마음과 눈물, 의미 있어/  

【뉴스제이】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주말 나들이로 동네 마트에 갔습니다. 아내 혼자가 간다고 하는 것을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나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아내가 고구마와 감자, 팥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오면서 늘 들르는 그곳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검은 색을 털을 가진 사자개가 손님들을 반기는 가게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요? 보고 가지요?”
“그럽시다. 잘 있겠지” 

사자개는 까만 털이 숫사자 처럼 자라있고, 덩치는 산만큼 큰데, 너무 착하고 순진한 강아지입니다. 항상 사자개를 만나면 머리 몇 번 쓰다듬어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입니다. 

유기견이었던 강아지를 그 가게 부부가 키워주는 강아지입니다. 가게에 잠시 들러 강아지가 있는 쪽으로 먼저 시선을 돌렸습니다. 주인장 옆에 늘 자리 잡고 있던 사자개, 덧문 안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지켜보던 사자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아지 어디 있나요?”
“무지개 다리 건너갔어요.”
“네?!?!”

아내가 충격을 받았는지 사색이 되었습니다. 할 말을 잊은 듯 침묵이 흘렀습니다. 내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휴! 그렇군요, 일부러 사자개 보려고 나왔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갔어요, 그냥.....”
“아! 그렇군요. 짠하네요. 이름이 뭐였지요?”
“여기 사진이.... 흑당이예요. 흑당.”
“네. 흑당이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네. 찍어 가세요.”

동네 마트의 사자개 흑당이 사진(왼쪽)과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는 우리집 강아지 위니      ⓒ뉴스제이

액자 속에 있는 사자개 흑당이를 보면서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유기견 사자개 흑당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짠하고 좋지 못했습니다. 주인장이 말을 꺼냈습니다.

“이 집에 올 때부터 신장이 안좋다고 하셨지요?”
“네. 죽기 전에 기력이 쇠해 꼼짝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더니 우리 부부와 수의사랑 여러 사람을 쳐다보는 거예요. 심지어 눈도 마주치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흑당이를 정감 있게 키우셔서 그래요.”
“신기하게도 눈도 마주치면서 ‘저! 가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강아지도 주인 닮잖아요. 정감 있게 잘 키우셨네요, 짠하네요.”
“어떻게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가 그렇게 일어나 한사람씩 쳐다보고 그랬는지 신기해요. 사람 같았어요.”

아내의 얼굴을 보니 빨리 집으로 가야할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급하게 인사를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왔는데, 아내의 눈시울이 젖어 있었습니다. 아내의 눈을 보면서 나도 조금 ‘울컥’했습니다.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습니다. 

아내는 7년 전에 보낸 우리집 강아지 위니와 천국가신 어머니를 생각한 것입니다. 흰색 털을 가졌던 말티즈 위니. 어머니를 잘 따랐던 강아지입니다. 위니가 죽을 때 아내 혼자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강의 마치고 잠시 휴식 중이었는데, 급한 전화로 위니가 죽어가고 있다며 울면서 “어떻게 해요”만을 외치듯 말했었습니다. 

아내가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은 위니가 죽어가면서 눈을 마주치고, 아내만 계속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인님 저 가요.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라고 말하듯 쳐다본 것입니다. 

아내는 위니를 보내면서, 마치 사람의 운명을 보듯 보내면서, 울었던 기억이 아내에게는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자개의 죽음 현실이 더 마음에 다가왔던 것입니다. 

사람의 죽음에는 당연히 눈물이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밤 세워 울었습니다. 좀 더 잘해드릴 것을 후회가 커서 더 울었습니다. 혹자는 ”천국에 가셨는데“라며 울음을 감소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2%가 부족한 행동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울어야 정상입니다. 울고 난 후에 천국을 생각하고, 예수님을 생각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해주던 강아지의 죽음도 눈물을 만듭니다. 사랑해 주던 강아지의 죽음을 현장에서 대하면 주인들에게는 눈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는 위니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해서 아내 마음을 전부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눈을 마주치며 죽어가는 강아지를 보았던 아내에게는 그 모습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음에는 '애절함'이 있습니다. 아내의 짠한 마음과 눈물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관호 교수목사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 치매가족 멘토 / 말씀치유회복사역원(LHRM) 원장/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제자선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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