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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y 28. 2021

배신자인줄 알면서도

십수 년 전 세족식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였습니다.

그중에 우리 교회 남자 집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자살을 생각하셨던 분입니다.

마지막 순간 하나님께 기도하려고 예배당을 찾아오셨다가 주님을 만난 분입니다.

사업 실패와 가정 폭력 등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사시던 집사님이었습니다.

세족식은 무작위로 진행되었기에 누가 누구를 씻어줄지 몰랐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집사님이 제 발을 씻어주게 되었습니다.

집사님은 제 발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는 제 발을 잡고 눈물로 기도하였습니다.

저 또한 발을 누구에게 맡겨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군대에서 옮긴 무좀이 엄지발가락에 있기에 부끄러워 바닷가에도 잘 가지 않았습니다.

집사님은 그런 부끄럽고 더러운 발을 따뜻하게 감싸 쥐고 우셨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발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했는데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백여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유월절 날 예수님은 일어나 겉옷을 벗으시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셨습니다.

그건 종의 복장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잠시 당황하였습니다.

놀람은 계속되었습니다.

물을 가져다가 제자 한 명 한 명의 발을 씻어주었습니다.

제자들은 아무도 몰랐지만,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이제 곧 끔찍한 십자가 죽음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제자들을 떠나야 합니다.

3년 동안 정들었던 제자들 앞에 무릎 꿇은 예수님은 어떤 표정,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잡고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요?

물가에 둔 아이처럼 염려하기에 울었을지 모릅니다.

아직도 베풀어야 할 사랑이 너무나 크기에 울었을지 모릅니다.

더 곁에 있고 싶은 데 그럴 수 없음에 아쉬워 울었을지 모릅니다.

아무튼 제자들의 발과 예수님의 손이 마주칠 때 감전되듯 사랑의 진심이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제자들 중에 우는 사람은 없었을까요?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발도 씻어주었습니다.

그가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넘길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훌륭한 제자만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멋진 성과를 내는 제자만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배신할 제자도 사랑하셨습니다.

그가 저지를 죄가 작아서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그 죄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잘 알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그렇게 사셨습니다.

길가에서 구걸하는 거지의 더러움을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간음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그녀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귀신들려 이해 못할 생각과 행동을 한다고 멀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죄가 어떠하든, 그들의 죄가 얼마나 크고 무겁든, 예수님은 그들 곁에 기꺼이 다가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회개하고 돌아오면 사랑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새사람되면 구원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마음이라도 고쳐먹으면 받아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죄인인 줄 알지만, 배신할 줄 알지만, 더럽고 추한 귀신에 사로잡힌 줄 알지만,

예수님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품으셨습니다.

종교적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경건 의식으로 가룟 유다의 발을 씻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이 서로 발을 씻어주지 않는 교만한 마음을 꾸짖기 위해 솔선수범한 것이 아닙니다.

겸손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 제자들의 발을 씻지 않았습니다.


그건 예수님의 삶이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지만, 예수님은 기꺼이 그들 앞에 무릎 꿇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들의 죄와 허물과 잘못을 핑계로 친구 되기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살을 다 찢고 피를 다 쏟았던 것은 그 더러운 발을 씻어주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의 삶은 언제나 십자가의 삶이었습니다.

가룟 유다의 발을 씻으시는 모습을 통해, 주님은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TCLgnFEp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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