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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06. 2023

누구나 힘들지만 감추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오늘의리뷰     



《 날마다기타 》 - 딩가딩가 기타 치며 인생을 건너는 법  | 날마다 시리즈

          _김철연 / 싱긋          




“음악을 내 삶의 전부에서 일부로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좋아할수록 힘들어지고 같이할수록 가난해지는데도 음악을 놓지 못하는 내가 싫었지만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음악은 내게 매력적이었다. 지금도 음악만큼 아름다운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p.8)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몫의 삶을 살다가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큰 복이다. 덧붙여 잘하기까지 하다면 그 이상의 행복이 없지 않을까? 이 책의 지은이는 뮤지션이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지은이의 이름 김철연으로 한 장의 정규 음반과 싱글 음원 2곡을 발표했다고 한다. 주로 다루는 악기는 기타이다. 지은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잘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독자로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오히려 지은이는 애써 태연하다. “40대인 지금은 정확한 꿈이 없다. 기타도 치고 음악과 더불어 아내와 맛있는 거 먹으며 평탄하게 사는 게 꿈이라면 꿈이다.”     



기타. 내 젊은 날의 뒤안길로 되돌아가게 하는 단어이다. 내가 기타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수십 년 전이다. 1970년대 초반 고딩때, 그 당시 청소년들의 최애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인 별밤(별이 빛나는 밤에)을 통해서였다. 별밤에서 ‘제목이 있는 글’을 모집했었다. MC가 정해준 제목에 맞게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었다. 그때 방송국에 원고를 보냈는데, 떡하니 뽑혔다. 그래서 그 당시 서대문(정동)에 있었던 MBC사옥을 찾아갔다. 6층이던가, 8층이든가 알려 준대로 갔더니 PD로 짐작되는 중년의 아저씨가 명함에 사인을 해서 주면서 종로2가 ‘세고비아’악기점에 가면 기타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길로 바로 세고비아 악기점을 찾아갔다. 통기타를 품에 안고 집에 오는 길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기타 냄새가 좋아서, 기타 케이스를 살짝 열어서 냄새를 맡으며 집에 갔다. 기타를 치고 싶은데 기타에 대해선 1도 모르던 상태였던지라, 기타 교본책 몇 권과 친구가 기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했던 노트를 빌려 그해 여름방학 내내 기타만 두드렸다. 나는 열심히 쳤지만, 듣는 이들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몇 해 꾸준히 독학을 하니 그럭저럭 기타 치는 흉내를 낼 정도가 되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와 근 20살 차이가 나는 노총각 큰형님의 생일날 닐 다이아몬드의 ‘Solitary Man’을 연주해드렸다. 수입 없으신 부모님대신에 가장 노릇 하시느라 장가도 못 가시는 형님이 안쓰러워서 곡을 골랐다. 노래를 들려드린 후 몇 년 동안 큰형님은 친구 분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 내가 있으면, 나를 가리키며 쟤가 나한테 ‘Solitary Man’ 불러준 아우라고 소개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좀 창피하다. 엉터리 기타실력이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내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다시 이 책의 지은이 이야기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시절엔 ‘춤’이 좋았다고 한다. 수학여행 중 장기자랑에서 춤을 춘 뒤로 학교에서 지은이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 멍청하다며 투명인간 취급하던 몇몇 아이들도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면 먼저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몸에 들어온 춤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다. 2003년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학교에 입학 한 후 음악 소년이 되었다. 음악동료들과 합주를 하며 음악적 기량을 쌓아갔다. 몸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하는 연주가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홍대 거리나 카페에서 버스킹이나 연주를 하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그저 열정 하나로 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기타선생’으로 잠시 안정적인 직업군이 되어보기도 했다(현재도 기타선생은 진행형이다). 지은이에게 기타를 배운 연예인은 ‘산다라박’을 비롯해 많은 아이돌들이 있다고 한다. 각계각층에서 지도자급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그의 기타 제자가 많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지은이가 뮤지션인데 아직은 무명에 가깝다는 점이다. 음악과 함께 한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많이 알려지고 뮤지션으로서 살아가는 지은이의 삶에 또 다른 계기가 마련되길 소망한다. 지은이는 비록 책의 프롤로그에 “이제 음악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순간 삶이 편안해졌다.”고 고백했지만, 그 마음은 음악이 돈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너무 애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사는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지은이의 아버지가 이 책 〈날마다, 기타〉를 몇 장 읽더니 우셨다고 한다. “아버지 왜 우세요~ 벌써 울면 어떻게 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끝까지 못 읽으시겠네요~” 하며 장난을 치듯 뒤에서 아버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하시는 말씀..“왜 이렇게 어렵게 살았냐?” 아버지는 본인이 힘든 건 괜찮아도 아들이 고생한 것은 안 돼 보였나봅니다 하고 적었다. 지은이는 편지글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잠깐이지만 책을 괜히 쓴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너무 드러나 버리니 왠지 알몸을 보인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아버지, 저는 절망적이지도 우울하지도 않답니다. ”누구나 힘들지만 감추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잖아요.“ 독자 여러분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내 이야기로 마무리 – 내 곁에서 기타가 없어진지 역시 수십 년은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다시 기타를 안고 싶다. 클래식기타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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