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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04. 2023

어긋난 민족들의 열정




#오늘의책     



《 1차세계대전 》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_마이클 하워드 / 교유서가          




평소 TV를 잘 안보는 편입니다. 그러나 우연히 TV에서 「역사 교양프로」가 시작되기에 우선멈춤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날 그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온 사람은 모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입니다. 그런데 이 여교수님이 패널로 참여한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을 향한 첫마디에 내 귀를 위심했습니다. “나는 전쟁이 좋아요”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어서 잠시 멈춰서 계속 시청한 결과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로도 비슷한 말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다행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습니다. 전쟁을 좋아한다는 말은 크게 잘못된 말입니다. 이렇게 고쳐야 합니다. “나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전쟁에 얽힌 나라와 지구상 살아가는 민족들의 역사입니다. 전쟁은 나라이름을 바꾸는 계기도 됩니다. 각 나라 간에 일어난 전쟁의 이면을 알지 못하고 역사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구상의 민족과 나라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세계대전이 끝났다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요. 여전히 지구상 이곳저곳에서 끝없는 국지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오히려 테러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제1차세계대전 하면, 사라예보의 총성과 참호전이 떠오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19세의 세르비아 민족주의 혁명가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탈리아 왕국을 중심으로 한 삼국 동맹 소속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이에 분노해 세르비아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됩니다. 이때 세르비아를 같은 슬라브족 국가로써 보호하던 삼국 협상 소속의 러시아 제국이 반발하며 총동원령을 내리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맹인 독일 제국이 러시아 제국과 러시아의 동맹인 프랑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납니다. 전쟁은 1914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이어집니다.      






프로이센 왕국의 군인이자 군사학자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3가지 요소를 정리했습니다. 정부정책, 군부의 행위들, 그리고 ‘민족들의 열정’으로 이뤄진 삼위일체라고 표현했습니다. 1차세계대전은 이 삼박자가 모두 적용된 듯합니다. 역사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클 하워드는 1차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유럽 각국의 상황을 주목합니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1914년경 유럽 ‘열강(Great Powers)’의 세력균형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강국이자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었으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프랑스는 한동안 영국의 경쟁 국가였으나, 경제 발전 측면에서 영국에 한참 뒤처져서 영국의 심각한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19세기에 영국이 두려워한 대륙의 또 다른 경쟁상대는 거대한 러시아 제국입니다. 러시아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했지만 사회의 후진성과 정부의 비효율성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억눌린 민족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건드리면 터질 상태입니다. 독일제국은 열강 중에서 가장 복잡한 강대국입니다. 제국의회는 정부 예산안을 표결했지만 내각은 군주인 카이저(독일 황제)에 의해 임명되고 그에게 책임을 집니다. 제국의회와 카이저의 주요 중개자는 제국 재상입니다. 구식군국주의, 솟구치는 야망, 신경증적 불안감으로 충만한 빌헬름2세라는 인물이 카이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불운이었습니다.      



전쟁은 참혹합니다. 남겨진 자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1차대전 중 전사자는 900만 명에 육박하였고, 부상자 2,2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2차대전에서 주목할 대상은 단연 독일군입니다. 2차대전에선 그 사악함의 끝장을 보여줬지만, 1차대전에서도 연합국의 증오심을 키우는 일들을 많이 저질렀군요.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 모두가 안타깝지만, 특히 벨기에 국민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감출 길 없습니다. 독일이 프랑스를 침범하고 싶은데 독일 쪽 국경선은 난공불락의 요새인지라, 중립국 벨기에를 관통하는 우회 기동을 하면서 수많은 벨기에인들에게 고통을 안긴 것입니다. 일본이 중국을 침범하기 위한 교두보로 조선땅을 유린한 것과 같습니다. 독일군을 피하기 위한 피난민의 행렬은 끝이 안 보였고, 집에 남은 사람들은 (독일)침략군들에게 가혹한 취급을 받습니다. 수천 명(더 되면 더 되지 적지는 않을 듯)의 벨기에 민간인들을 체포해 총살했고 중세에 설립된 루뱅 대학을 비롯한 많은 건물에 마구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이 책은 핸디합니다. 그러나 책이 작다고 얕볼 수가 없군요. 천천히 세밀한 독서가 필요합니다. 제1차세계대전의 개론서로 압축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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