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02. 2023

인간 언어의 진화사






#오늘의리뷰     



【 말의 자연사 】 - 언어의 기원  | INU 번역 총서 이어(異語) 1

   _장-루이 데살 / 교유서가          




나에겐 외손자가 둘 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주며 키우던 아이들이 자라서 올해 초등4학년, 초등1학년이 됩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어휘가 늘어나고, 표현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내 아이를 키울 때 느끼지 못한 그런 느낌을 손자들에게서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의 지은이 장-루이 데살은 언어 및 추론과 관련된 인간지성을 연구하는 교수입니다. 인지과학, 의사소통 및 언어 진화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이 책 『말의 자연사』를 통해 ‘인간 종의 역사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위치’, ‘말의 기능적 해부학’, ‘언어의 동물 행동학’ 등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인류의 기원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미흡하다고 합니다. 언어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 특징의 출현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감합니다. 인간의 언어는 요즘 많이 연구되고 있는 ‘인지과학’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지과학 연구의 대상이 인간언어의 구조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그 기능에 대해서도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진화론적 관점을 인지과학에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어 기원에 대한 잘못된 증거들     



인간 언어 능력 진화의 기원은 잘못된 증거들 때문에 퇴색되어왔다고 합니다. 언어가 단지 인간 보편 지성의 표현이라고 믿는다면, 혹은 많은 학자들처럼 언어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선택 결정에 있어 이점을 제공한다고 믿는다면 언어의 출현은 당연한 것이며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때 언어란 인류화 진행의 예견된 결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류의 설명은 의문점을 남깁니다. 언어가 그렇게 훌륭한 것이라면 원숭이들은 왜 말하지 않는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숭이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언어가 인류화 진행의 예견된 결과로만 인정해야 한다면, 언어진화의 필연성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영장류이든 고래류이든 또는 다른 유형이든 비인류 계열들은 언어로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가정해야 하는 맹점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 언어의 정치적 기원’ 챕터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동물의 사회생활은 종종 유전적 관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같은 집단은 거의 혈연이나 형제 관계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많은 종에서 피를 나눈 형제 또는 인척관계를 맺지 않은 개체가 특정 작업을 함께 수행하기 위해 서로를 선택합니다. 이를 ‘동맹’이라고 부릅니다. 지은이는 동물을 통해 ‘동맹’ 관계를 관찰하면서, 언어가 지위 부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적절한 화자에게는 ‘진부한 말’(인간들끼리는 은밀한 말이 되겠지요. 아울러 동물들의 언어를 진부한 말로 단정 짓는 것엔 반대합니다)을 늘어놓아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자와 달리 청자로부터 일정한 지위가 부여된다고 합니다. 



‘언어가 자기를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지적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적절한 지적입니다. 보다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대중 매체를 통해 자신의 말을 어필하는 정치인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광고적인 측면이 부각됩니다. “언어가 자기를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그리 새로울 것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종종 자기 자신을 이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말하기는 적절하다는 것뿐 아니라, 가능하면 자신이 이런저런 자격으로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남들이 말하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관심을 끄는 수단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목적을 언어가 탄생하는 조건에 대하여 일관성 있고 논증을 거친 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이 여기에서 각자의 비판 정신을 자극할 참신한 생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인간의 언어발달과정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연구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               



#말의자연사

#언어의기원

#장루이데살

#교유서가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작가의 이전글 튀어오르는 문장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