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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21. 2023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 】 -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가 들려주는 인권 이야기


_생명평화아시아 / 참






『돼지똥통에 빠져죽다』 책 제목만 보면, 마치 우화 같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다. 돼지가 똥통에 빠져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돼지똥통에 빠져죽은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주노동자(외국인 근로자)두 명이 돼지 분뇨 집수조에 들어갔다 질식해 사망한 사건이다. 사망자는 2017년 5월 12일 군위군 보위면에 있는 00 종돈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이다. 두 사람은 네팔에서 온 테즈 바하두르 구룽과 차비 랄 차우다리였다. 두 사람은 돼지 분뇨로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 집수조에 들어갔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원래 돼지 분뇨는 기계로 처리했어야 하지만, 기계가 고장 났다고 (사업주의 지시로)수작업으로 분뇨를 퍼냈다고 한다. 돼지 분뇨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황화수소나 암모니아는 유독가스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작업복이나 장갑,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못한 상태였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사업주의 책임이 크다.




사업주는 이주노동자 두 명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했지만 죽음에 대한 책임과 사과보다는 선의의 입장에서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완전한 책임 회피이다. 이주연대회의는 사후처리에 미온적인 사업주의 구속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 해당 사업주의 구속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실현을 요구했다. 사업주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청의 관리감독에도 문제가 크다. 노동청에선 인력부족을 내세우면서 사후처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에도 문제가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선 대부분 벌금형으로 처리한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주노동자 산재사망률은 정주(한국인)노동자 산재사망률의 6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주노동자는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다. 위 사업장의 경우도 만약 사망한 사람이 이주노동자가 아니고 한국인 노동자였다면 유족에게 같은 태도로 나갔을까?




이주연대회의의 적극적인 개입(기자회견, 경찰서앞 집회, 여론 조성 등)으로 민사합의가 이뤄졌다. 돼지 똥통에 먼저 들어갔던 테즈 구룽의 합의금은 위로금 9천6백만 원과 장의비 1천만 원, 구하러 들어갔다 사고를 당한 차우다리에겐 위로금 3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사람 목숨 값이 참...사업주에겐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그간 산재사망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강력한 처벌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제는 ‘이주노동자와 이주활동가가 들려주는 인권 이야기’이다. 이 책을 펴낸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는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생명평화의 가치 실현과 아시아인의 소통, 연대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8년에 설립되었다. 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주요 내용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침해 사례이다. 모두 열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인터뷰 다섯 편, 사건 사례 두 편, 법률사례 두 편, 활동정리 한 편이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거의 대부분 위험하고 더럽고 힘들어서 한국인 노동자가 일하기 싫어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의 농촌과 어촌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을 견디며 우리네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를 가장 밑바닥에서 떠받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이 하는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실제 작업장에선 한국말을 좀 할 줄 아는 이주노동자들과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말을 좀 할 줄 아는 노동자들은 혹시나 밖에 나가서 자신이 겪고 있는 불이익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소망한다. 그들은 단지 노동력 상품이 아니다. 노예가 아니다. 아울러 노동청의 근로감독관들이 더욱 세밀하게 그들을 관리해주었으면 좋겠다. 법적으로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사업주들이 그들의 약점을 잡고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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