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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21. 2022

말과 글 그리고 책의 힘






【 거시기 머시기 】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_이어령 / 김영사                    






책 제목에 ‘거시기’가 들어있어서 좀 거시기 하다. 저자(저자에게 붙는 타이틀이 많다. 이하 존칭을 생략한 ‘선생’으로 호칭)가 이야기하는 ‘거시기 머시기’는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라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을 나타내는 주어가 ‘거시기’이고 언어로는 즐 긋기 어려운 삶의 의미를 횡단하는 행위의 술어가 ‘머시기’라고 한다. 분위기가 다른 이야기기도 하지만,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 중 ‘엄마’ 다음에 하는 말은?”이라는 제목에 낚여서 클릭해보니, ‘아빠’가 아니라 ‘이것’ ‘저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말로는 ‘ㅅ’ 받침이 생략된 이거, 저거가 되겠다. 아이 입장에선 엄마는 됐고, 이건 뭐고 저건 뭐야?가 되겠다.           




이 책은 선생의 강연과 대담 여덟 편을 텍스트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을 편집 중에 영면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강연의 성격과 장소가 다르지만, 중복되는 이야기도 더러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참고를 하면 좋을 듯하다. 뭐 이렇게 같은 이야길 또..하면서 짜증내지 마시라는 이야기. ‘거시기 머시기’는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 강연에서 하신 이야기이다. 이어서 2001년 이화여자대학교 고별강연, (이하 연도 생략)국제출판협회 서울총회 개막식 기조 강연, 〈시인 세계〉 발간 10주년 특별 좌담, 도쿄국제도서전 특별대담.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초청강연, 세계번역가대회 기조강연 등이다.            






내가 대학 재학 중(1970년대 중반) 알바생으로 월간「문학사상」에 잠시 머무를 때(선생은 당시 문학사상 주간/편집장이셨다)직접 뵈었고, 주로 책으로 만났다. 내가 처음 읽은 선생의 책은 중3땐가, 고1땐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다. 하도 오래 되어서 내용은 다 잊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대목은 우연히 장롱 밑에서 나온 구슬, 몽당연필 등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와~이런 책도 있었네 하던 느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당시 읽을거리라곤 세계문학 압축본(거의 일본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바꾼, 이를 중역(重譯)이라하던가?)이나 한국단편문학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선생이 29세 때에 쓴 책이다. “주커버그가 스물아홉 살에 페이스북을 만든 걸 알고 있죠? 나는 스물아홉 살에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어요. 7개국에서 번역, 출간했고, 최근에는 러시아말로도 번역되었어요. 스물아홉 살에 우리 조상의 슬픔과 아픔을 보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던 내가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버그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도 그렇게 살기를 바라요.” (서울대에서. 자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자랑 맞다)          




선생의 글을 읽다보면, 박학다식(博學多識)그 자체라는 것을 느낀다. 도대체 모르시는 게 뭡니까? 묻고 싶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이대 고별 강연’에서 한 이야기를 뽑고 싶다(제자들이 선생에게 여러 번 부탁하길 제발 말을 너무 길게 하지 마셔요 했다는데 글 내용을 보니 예상 시간보다 훌쩍 넘어선 듯하다). 선생은 30대 초반(만 32세)에 이대 문리대 교수로 부임해서 정년을 맞이했다. 강연은 선생이 처음 대학 입학시험 감독을 할 때 〈진달래꽃 〉주제를 묻는 문제가 사지선다형으로 출제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시의 언어도 수학의 숫자와 마찬가지로 분명한 (객관식)하나의 정답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배운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른바 ‘붕어빵 교육’을 지적한다. 따라서 선생은 교양국어나 시론 시간에 김소월의 〈진달래꽃 〉을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서 가위 바위 보 이야기가 펼쳐지고 정몽주가 등장하다가 소크라테스의 헴록(사약)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헴록과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체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혼을 신체와 분리하고 그와 대립 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헴록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불사론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만큼 그는 육체에 연연하지 않았다. 문제는 영과 육의 양극화는 이념의 양극화로 뻗어 나갔다는 것이다. 선생이 걸어온 길은 좌, 우로 치우치지 않는 그레이존을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 해방 후 좌우 이데올로기의 결사적 갈등, 그리고 전쟁과 독재 정치에 대한 민주화 투쟁 등은 우리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였지만 그로 인해 상상력과 지식이 만들어내는 ‘그레이 존’이 폭격을 당해 황폐 할대로 황폐해지고 말았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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