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Feb 06. 2021

우리 안에 가룟 유다가 있다.

십수 년 전 세족식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였습니다.

그중에 우리 교회 남자 집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자살을 생각하셨던 분입니다.

마지막 순간 하나님께 기도하려고 예배당을 찾아오셨다가 주님을 만난 분입니다.

사업 실패와 가정 폭력 등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사시던 집사님이었습니다.

세족식은 무작위로 진행되었기에 누가 누구를 씻어줄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집사님은 제 발을 씻어주게 되었습니다.

집사님은 제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제 발을 잡고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제 발을 누구에게 맡겨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군대에서 옮긴 무좀이 엄지발가락에 있기에 부끄러워 바닷가에도 잘 가지 않았습니다.

집사님은 그런 부끄럽고 더러운 발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우셨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발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했는데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백여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요한복음 13장에 보면 유월절 날 예수님은 일어나 겉옷을 벗으시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셨습니다.

그건 종들의 복장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잠시 당황하였습니다.

놀람은 계속되었습니다.

물을 가져다가 제자 한 명 한 명의 발을 씻어주었습니다.

제자들은 아무도 몰랐지만, 예수님은 이제 곧 끔찍한 십자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셨습니다.

3년 동안 정들었던 제자들 앞에 무릎 꿇은 예수님은 어떤 표정,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제 제자들을 떠나야 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잡을 때마다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이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 제자 중에 우는 제자가 없었을까요?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발도 씻어주었습니다.

그가 자신을 배신하고 팔아넘길 것을 다 알고 계셨습니다.


이 세족식은 유대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유월절에 행했습니다.

유월절은 민족 해방의 절기입니다.

그날은 민족이 당한 고난과 아픔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민족을 향한 눈을 돌려 제자의 발을 씻어주는 아주 개인적인 실천으로 바꾸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비전은 크고 위대한 비전입니다.

그러나 그 비전을 실천하는 첫걸음 나 한 사람이 무릎 꿇고 남의 발을 씻어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냥 씻어주는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더러운 발을 씻어주는 것입니다.

발가락 사이의 때를 정성스럽게 씻어주는 것입니다.

그의 모든 허물과 잘못을 알지만, 그 발을 붙잡고 눈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원수까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이고 실천입니다.


예수님은 유월절 세족식을 통해서 멀리 바라보고 크게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현장에서 상대방의 잘못을 품어주고 용서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정신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죄인들의 죄를 없애주기 위해서입니다.

그 모든 죄를 혼자서 다 짊어지시고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로 나아가신 주님이십니다.

기독교는 십자가의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남의 문제를 나의 문제를 끌어안는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남의 죄악을 대신 짊어지므로 화해를 이루는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남의 아픔과 슬픔을 가슴으로 함께 슬퍼하는 사랑의 종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발을 씻기기 위해 영광의 옷을 벗어두시고, 인간의 연약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무릎 꿇으셔서 우리 발가락 사이사이의 때를 닦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앞에 나아가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이기심과 욕심으로 가득한 세상에 예수님이 보여주신 십자가는 새롭고 놀라운 길입니다.

세상은 결코 갈 수 없는 길, 세상은 결코 가려고 하지 않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방식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세족식은 십자가로 가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허물과 잘못과 죄악을 씻어줄 마음이 있습니까?

그러면 당신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멀리 보지 맙시다

크게 보지 맙시다

상대방의 발을 씻어주는 예수님의 모습을 실천할 수 있다면 기독교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OzcJoWnq9A

작가의 이전글 안식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