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0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여러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나를 증거하는 것이거늘 (요10:25)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선한 일로 너희에게 보였거늘 그중에 어떤 일로 나를 돌로 치려 하느냐(요10:32)
만일 내가 내 아버지의 일을 행하지 아니하거든 나를 믿지 말려니와 내가 행하거든 나를 믿지 아니할지라도 그 일은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깨달아 알리라 하시니 (요10:37-38)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말씀을 가르치고, 병자를 고치고,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논쟁을 하고, 제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난을 겪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잠도 주무시고, 식사도 하시고, 쉬기도 하시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시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주의 일이 아닌 것이 있을까요?
ㅎㅎㅎ 주님이 하신 일이니 모두 주의 일이겠지요.
오늘날 우리는 ‘주의 일’에 대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신앙적인 일, 종교적인 일만 주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바울은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하셨습니다. (고전10:31)
그건 먹는 일, 마시는 일을 포함해서 무슨 일이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면 ‘주의 일’이란 생각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주의 일일까요?
먹고 살기 위하여 회사 일을 하는 것인데 그것도 주의 일이 될까요?
초대 교회 당시 회사가 없어서 직접 회사 일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종에게 이렇게 권면하였습니다.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엡6:5)
바울 당시 종들이 하는 일이라곤 정말 허드렛일밖에 없습니다.
의미있는 일은 거의 없었고, 죽지 못해, 마지못해 하는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일도 주의 일이란 개념으로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러면 돈을 버는 상업적인 일은 주의 일일까요?
예수님은 마태복음 25장에서 달란트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장사하여 이를 남긴 사람을 가리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해줍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 상행위 자체를 나쁘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칭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주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의 일”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일이 곧 주의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명시적으로 종교적인 일이나, 신앙적인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불화한 형제를 화해시키는 일이나, 사회에 덕을 세우는 일이나, 나그네를 영접하는 일이나,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마시게 하는 일이나, 병든 사람을 돌보는 일이나, 감옥에 갇힌 사람을 위하여 애를 쓰는 일, 등 모두가 주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마25:34-36)
반대로 신앙적인 일을 하고 종교적인 일을 해도 주의 일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신성 모독의 죄를 저질렀다고 분노하며 돌로 쳐 죽이려고 했습니다.(요10:31-33)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을 하고, 귀신을 쫓아내고, 능력을 행해도 예수님은 그들을 향하여 불법을 행했다고 책망하였습니다.(마7:22-23)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종교의 힘으로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한다고 하면서 온갖 부정과 부패를 저질렀습니다.
종교재판, 마녀사냥, 십자군 전쟁은 대표적인 악행이지요.
마틴 루터는 직업 소명론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일을 어떤 마음으로 감당하느냐에 따라 “주의 일”이 될 수도 있고, “세상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칩니다.
요즘 펜데믹으로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펜데믹 이전에도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생활이 어려워서 많은 곤란을 겪었습니다.
몇년전부터 목회자에게도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허용하여서 생계 문제를 해결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보수 교단은 오직 “주의 일”만 해야지 “세상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목사의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주의 일은 무엇이고 세상 일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세상에서 평신도들이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중세 로마 가톨릭처럼 거룩한 일과 속세의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할까요?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과 자세로 하느냐입니다.
성직자가 신앙의 일, 종교의 일을 하면서도 자기 욕심을 채우고, 자기를 위하여 할 수 있고,
평신도가 세상 일을 주의 일 하듯 할 수도 있습니다.
텐트를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였던 바울과, 부인을 데리고 다니면서 교회의 도움으로만 생활했던 베드로 중에 어느 누가 더 훌륭하냐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진심으로 주의 일을 감당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바른 마음과 바른 자세로 “주의 일”을 하는 목회자와 평신도가 부족하여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문제는 어쩌면 같은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주의 일을 하는 주의 사람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3xyRGEH2hM&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