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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Sep 14. 2021

별일 없고?





【 어떻게 지내요 

   _시그리드 누네즈 / 엘리               



1.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 받고 있나요?” “어떻게 지내?” 팬더믹 상황에 자주 들어볼만한 말이다. “별일 없고?”라는 인사말도 떠오른다. 요즘처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때도 없었다.      



2.

옴니버스 형식의 이 소설집은 죽음, 상실감, 외로움 등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게 되는 삶의 뒷면의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는 미국 태생이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에도 많은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최신작이다.      



3.

화자를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는 크게 두 줄기이다. 화자의 베프가 암에 걸렸다. 특정 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에 입원해있다. 여러 해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한 사이에 친구가 암에 걸렸다.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친구를 만나러왔다. 우연히 그 지역 대학에선 화자의 전 남친이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강사는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한다. 극단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한다. 한술 더 떠 이젠 애도 낳지 말자고 한다.      






4.

우리의 세계와 우리의 문명이 더 지속되지 못하고 끝장이 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자의 베프는 하루에도 수없이 절망과 체념사이를 넘나든다. 희망은 접은 지 오래 된 듯하다. 그 (암)환자는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난 치욕스럽게 고통에 시달리다 가지는 않을거야.”      



5. 

문제는 환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친구에게 일생일대의 부탁을 한다는 점에 있다. 죽는 걸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스스로 목숨을 (약을 먹고)끊을 테니 뒷마무리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같이 있어달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남는 것이다(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다가는 경우도 있지만).     



6. 

후반부는 환자가 편안하고 안전하고 괜찮은 장소를 선택해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죽음을 준비 하는 자와 그 죽음후의 뒷마무리를 준비하는 자. 마치 이 소설의 작가가 그 환자의 입장인 것처럼 섬세하다 못해 리얼하다. 이쯤에서 ‘암’이라는 질병이 내 몸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의학적인 접근을 막고 싶은 마음이다. 몇 년의 수명을 더하겠다고 수술, 항암치료 등을 받아들이기 힘들겠다는 이야기다. 여하한 경우든 생명연장 치료는 원치 않는다고 식구들에게 분명하게 공언한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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