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단편소설

[세계단편소설] 기 드 모파상 "미뉴에트"_오래된 그림자 같은 춤을 추는 노부부

설왕은 2021. 12. 19. 21:41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입니다. 모파상은 이름도 그렇고 대표작도 "여자의 일생"이어서 그런지, 여자일 것 같은데 남자입니다. 아래와 같이 생긴 사람이죠. 

 

* 줄거리

나는 임업 시험장에서 오페라단에서 무용을 가르치던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숲에서 홀로 산책을 하는 도중 관중에게 보여주는 공연을 하는 것처럼 춤을 추고는 했지요. 나는 그에게 용기를 내어 인사를 했고 그 노인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노인은 자신의 아내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미뉴에트라는 무용을 직접 보여 주었습니다. 그 추억이 나에게는 두고두고 남아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미뉴에트는 소설의 화자가 목격한 한 노부부의 춤에 대한 회상입니다. 아마 젊은이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별 느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노인이 되어서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 한 노부부의 무용이 무슨 그리 대단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읽으면 공감이 될 만한 소설입니다. 젊었을 때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고 그러면 이 두 노인들처럼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걸으며 여생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두 노인은 마치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듯 자신들의 몸을 움직여서 춤을 춥니다.

여기서 모파상이 느끼는 감정은 애수입니다. 미뉴에트라는 춤을 추는 두 노인을 보고 슬픔과 시름을 느낍니다. 

 

두 늙은이는 꼭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오가면서 히죽거리는가 하면 서로 몸을 의지하며 공손하게 인사도 하고 깡충깡충 뛰었어요. 그 모습은 녹슨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낡은 인형의 모습 같았지요...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어요... 아무튼 한 세기쯤 뒤떨어진 어떤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지요. 이윽고 두 분은 춤을 멈추고는 한동안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 부둥켜안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지요. 

 

무슨 이유로 두 노인이 춤을 멈추고 서로 바라보았는지 왜 놀랐는지 그리고 왜 울었는지 작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단지 소설 속 화자는 그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들이 아직도 춤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까요? 춤을 기억하고 있고 자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은 젊고 아름다운 모습인데 지금의 모습이 그때와는 너무 달라서 울었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기억하던 미뉴에트라는 멋진 춤을 이제는 제대로 출 수 없어서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생겼을까요? 

 

* 첫 문장

"어떤 큰 불행도 나를 슬프게 하지는 못해요." 하고 장 부리델은 말했다.

 

*끝 문장

여러분께서는 우스운 일이라고 조롱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은 무용수로 살았던 한 노부부가 한적한 숲길에서 날마다 그들만의 공연을 하고 있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소설입니다. 그 모습에서 작가는 애수를 느꼈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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