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고시

[시] 괴테 "내 곁에 있는 당신"(1796)_그대가 없어도 생각하고 보고 듣는다

설왕은 2023. 2. 7. 09:00

내 곁에 있는 당신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면
당신을 생각합니다
은은한 달빛이 샘물에 그려질 때면

당신의 모습을 봅니다
멀리 길 위에 먼지가 일 때면
한밤중 좁은 오솔길에
나그네의 모습이 어른 거릴 때면

당신의 음성을 듣습니다
거친 소리를 내며 파도가 몰아칠 때면
고요한 숲속을 귀 기울이며 거닙니다
모든 것이 침묵할 때면

당신이 아주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 곁에 있고
당신의 내 곁에 있습니다!
해가 지니 곧 별이 나를 비출 텐데
아,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태양의 집은 바다이다. 아침에 되면 바다에서 뛰어올라온다. 하루종일 바깥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는 태양이 집에서 나오는 순간 또는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나의 집은 어디일까? 내가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하루종일 신나게 놀다가 또는 열심히 일하다가 바다의 태양이 희미하게 비칠 때면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그대는 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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