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16:20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277
16:20
각 섬도 없어지고 산악도 간 데 없더라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 앞에서 섬도 없어지고 산악도 오간 데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섬과 산악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육지 전체를 가리킵니다. 요한은 우주론적 차원의 심판을 바라보는 겁니다. 우주 전체가 약간 바뀌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완전히 파괴되어야만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묵시 사상의 기본이 여기에 있습니다. 낡은 에온(세상)이 가야만 새로운 에온이 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에온이 오려면 낡은 에온은 사라져야 합니다. 씨가 썩어야만 거기서 싹이 나고 꽃이 피듯이 말입니다.
이런 묵시적 상상력이 과학적으로 옳을까요? 우리에게 실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태양도 45년 후에는 실제로 대폭발을 거쳐서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 말은 곧 지구도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섬과 산악도 당연히 사라지겠지요. 아니, 태양계가 끝장나기 훨씬 이전에 기존의 섬과 산악은 사라집니다. 지금의 산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고, 바다 바닥이 솟아오를 수도 있습니다. 지구 표면인 판이 끊임없이 요동하기에 그런 지질학적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요한이 이런 지질학적 현상 자체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로마 제국이 만들어가는 세계 질서가 겉으로는 공고한 것 같으나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묘사한 것입니다. 제국도 그렇고, 지구도 그렇고, 개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로 곧 없어진다는, 그래야만 하나님께서 직접 통치하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묵시 사상은 자신들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사실을 충분하게 알지 못한 가운데서 우주적 차원의 진리를 말한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