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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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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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황태해장국입니다. 오늘 점심 때 아내와 어느 식당에 가서 먹은 겁니다.

성찬을 대하듯이 먹었습니다. 각각의 반찬이 다 예술이었습니다. 먼저는 김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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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가 찍어서 모양이 저렇게 3분의 1남 남았습니다. 나중에 다 먹었습니다. 새콤달콤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전을 후라이팬에 바짝 데워서 주었으면 더 맛나게 먹었을 텐데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아래는 총각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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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게 생겼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반찬 하나 없었어도 저 총각김치 하나만으로 밥을 다 비웠을 겁니다. 저런 맛을 깊은 맛이라고 하는지요. 이로 한입 꽉 깨물자 뽀드득하면서 씹히는 그 느낌이 황홀했습니다. 무에 간이 적당하게 들었네요. 누가 저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박수를 보냅니다. 아래는 반찬 모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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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편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금치, 콩나물, 냉이, 김치입니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듯이 각각 반찬도 다 특성이 강합니다. 전체적으로 간이 짜지 않고, 맵지 않아서 저의 입맛에 딱 좋았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게 날렵해 보이지 않던데 반찬은 어머니 밥상처럼 깊은 맛을 낼 줄 아시네요. 나오면서 이렇게 맛있는 황태 해장국을 먹어본지 정말 오랜만이라도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진이 아직도 남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세요. 맛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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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간장이 나온 이유는 아래에 있습니다. 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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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차림을 볼 때 김때문에 놀랐습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숫자가 엄청났습니다. 아마 20장 정도는 되지 싶습니다. 그런대다가 김에서 불맛이 났습니다. 간은 없었고요. 아주 옛날 집에서 구워 먹던 그런 김맛이었습니다. 아래는 깻닢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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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깻닢은 별로였습니다. 좀 짜네요. 아내는 저런 걸 좋아해서 몇 장 먹었고, 저는 김을 먹을 때 간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한 장을 발기발기 찢어서 먹었습니다. 맛 자체는 감칠맛이었습니다. 아래는 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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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밥인데,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팥인지요. 구수했습니다. 잡곡밥인데도 식감이 까칠하지 않고 부드럽더군요. 드디어 황태국이 아래에 나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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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은 아주 작습니다. 4명 식탁이 다섯개 놓였습니다. 50중반 아주머니가 사장이고 셰프이고 카운터이고 서빙하는 분이시더군요. 오래 장사하신 티가 났습니다. 황태국에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왔습니다. 다만 값싸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이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됐지요. 그림을 잘 보셨는지요. 마지막으로 전체 상차림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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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에 단돈 7천원이었습니다. 이 상차림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큰 수고가 들어갔는지 압니다. 그저 고마울따름입니다. 흙, 공기, 태양, 바다, 탄소, 새, 바람, 구름 등등이 다 수고했고요. 식당 아주머니의 수고가 아주 컸습니다. 저는 오늘 점심 공양을 통해서 지구의 귀한 손님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했습니다. 환대의 극치입니다. 환대받았으니 웬만하면 불평하지 말고, 더 나아가서 다른 이들을 환대하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황태해장국만 말했는데, 그 분위기도 말할 게 많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청년 아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그곳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어느 중년 남자와의 사이에 오간 단편적인 대화, 거기서 전달되는 어떤 분위기도 인상 깊었는데, 오늘은 줄입니다. 세상의 모든 구석구석에는 끝없는 사연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네요. 세상은 오묘하고 깊고 아득하고 먹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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