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미국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중국 교회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지적하며, 교황과 중국 정부간의 합의 연장에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30일 주교황청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심포지엄 연설에서 중국의 종교탄압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라크, 북한, 쿠바의 기독교 형제자매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의무가 있다”며 “특히 오늘날 중국 내 종교탄압이 가장 심각하다. 그 이유는 다른 공산주의 정권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은 스스로를 궁극적인 도덕적 권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중국 교회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신앙의 지도자들이 종교적 박해에 맞설 용기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선조들은 종교 자유를 건국의 핵심 이념이자 절대적인 인권으로 여겼다”며 “‘종교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할 예정이었으나, 교황 측에서 이를 거부한 것이 알려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교황의 거절은 표면적으로는 현재 미국의 대선 기간인 만큼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 밝혔지만, 폼페이오가 그동안 가톨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중국과의 합의 연장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중국과의 합의란 지난 2018년 9월 체결된 것으로 중국 정부가 교황을 카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이 중국 측의 자의적으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 정부는 종교를 통치하는데 가장 위험한 요소로 여겨왔기에 교황의 고유 권한과 직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 내 카톨릭 성도들을 정부가 스스로 관리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됐고, 해당 합의가 체결됐다.

하지만 실제로 합의가 체결되자, 중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눈초리를 피해 교회를 향한 더 큰 탄압을 시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경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전자과기대 출판사가 2018년 발간한 ‘직업도덕과 법률’ 교과서에는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하는 여성과 용서해주는 예수님에 대한 사건이 나온다. 이 사건에 대해 교과서는 여인을 비판하던 군중이 사라지자 예수가 여인을 돌로 쳐서 죽였다는 황당한 내용을 추가해 놓았다.

교과서는 이 사건을 기술하며 “법이란 어떤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이어 “법률의 사회적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조국의 사회주의 법률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업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이처럼 노골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카톨릭계는 또다시 합의를 진행하려고 하니,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보수 가톨릭 잡지 ‘퍼스트 싱스(First Things)’에 기고문을 통해 “2018년 중국과 교황청의 합의 이후, 중국 내 기독교인들의 인권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교황청이 합의를 연장한다면 교회의 도덕적 권위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교황청이 중국과의 합의를 갱신한다면 그 도덕적 권위가 실추될 것"이라면서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인애 기자] @ 2020-10-0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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