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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ul 29. 2021

민중의 역사




 미슐레의 민중 】  

  _쥘 미슐레 / 교유서가          



‘민중’이란 단어는 무겁다. ‘국민’이라는 단어 안에는 어쨌든 빈부격차도 상하계급도 덜 보인다. 그러나 ‘민중’ 맞은편에는 명령내리는 것이 특기인 사람들, 사람을 내리 깔아보는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중은 반쯤만 살아 있는 비참하고 왜소한 사람들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다. 중세 도시산업화의 영향으로 노동자가 되어 멋진 상품들을 생산하지만, 그 생산품의 소비자가 되기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럭셔리 아파트를 건축하는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그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인 현재의 상황과 맞물린다.      



쥘 미슐레는 누구인가? 1798년~1874 까지 살다간 프랑스인이다. 농촌 출신의 어머니와 인쇄업을 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년기에 나폴레옹의 언론 탄압으로 가업이던 인쇄소  문을 닫고 시련을 겪었다. 학업 기간은 짧았으나 뛰어난 학창 시절을 거쳐 이십대 초반에 교수자격을 얻었다.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나폴레옹 3세의 왕정복고에 반대하던 중 권력자들에 의해 국립문서보관소와 대학에서 해임되었다. 그가 30여 년에 걸쳐 집필한 『프랑스사』는 사학자의 역작이자 기념비로 꼽힌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을 넘어서네.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따라서 자네와도 연관된다네.” 비교적 긴 서문의 첫 문장이다. 여기사 ‘자네’란 에드가르 키네를 가리킨다. 동료 학자이다. 키네 역시 나폴레옹 알레르기가 있다. 키네에게 쓰는 서간문 형식을 빌려 저자는 그가 민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그 자신으로, 자신의 삶과 나의 심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역사서를 쓰면서 ‘민중’을 생각할 때마다, 자료를 들여다볼 때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직접 겪었던 일들과 상이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덮고 가능한 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지. 고독한 작가는 군중 속으로 몸을 던져 소음을 듣고 말을 기록했다네.” 아울러 서문에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함축되어 담겨있다.      



농민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800년대 프랑스 농민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목가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민중의 땅이 상위 소수의 재산으로 등록된다. 농민들은 피고용인, 임차인, 소작인, 일용노동자가 된다. 그나마 혁명 이후 어떤 정부도 농업의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매해 농민은 5억 프랑을 국가에, 10억 프랑을 고리대금업자에게 지급한다. 거기에 간접세까지 부담된다. 땅이 없는 농부는 살길을 찾아야 한다. 도시 노동자가 된다.      




농민의 예속은 기계에 의존하는 (공장)노동자의 예속으로 바뀐다. 도시의 삶은 편한 면이 많다. 그러나 농민들이 도시생활을 하면서 얻는 것은 병뿐이다. 도시의 음식은 몸을 살찌운다. 그러나 안색이 바뀐다. 농촌의 노동자가 영양도 부실한 상태에서 어찌 강건하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사례이다. 그가 잃은 것은 자유로운 공기, 맑은 공기, 생장하는 것들의 향기로 끊임없이 언제나 새로워지는 공기였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매춘부와 도둑과 함께 몰려 살고 있는 그 비참한 거주지의 공기는 몹시 해롭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농민, (공장)노동자, 상인 등의 예속을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린다. 그리고 ‘사랑을 통한 해방’이라는 2챕터를 통해 자연과 조국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 민중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교육자의 삶을 살았던 저자는 교육과 정치에 대해 단호한 생각을 남겼다. 교육은 얼마나 지속되어야 하는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정치의 첫 번째는 무엇인가? 교육이다. 두 번째는? 교육이다. 세 번째는? 교육이다. 법이 잘 준비가 되지 않은 시대에, 오래도록 사람들이 법을 사랑하거나 원하도록 키워지지도 않은 시대에 나는 역사를 공부하다가 너무도 늙어서 법을 믿지 않는다. 바라노니 법안은 적게 만들되 교육을 통해 법의 원리는 강화하기를,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들라. 인간을 만들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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