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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ul 05. 2022

뭘 알아야 알아서 하지




오늘부터 팀장입니다』 - 서툴고 의욕만 앞선 초보 팀장들을 위한 와튼스쿨 팀장수업 

    _레이첼 파체코 / 한빛비즈               




“수년 전 당시 남자친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딴 해변을 걷고 있을 때였다. 한 여자가 스태퍼드셔 테리어 한 마리를 데리고 우리 옆을 지나갔다. 그런데 개의 몸에는 커다란 타이어를 매단 줄이 묶여 있었다. 몹시 무거워 보였지만 녀석은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모래 위를 걸었다. 그 광경이 의아해서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p.153)     



그 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칫 동물학대로 비칠 사건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개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였다는 점이다. 견주의 말에 의하면 약 2년 전 녀석이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맥이 빠진 채 온종일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러 동물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어느 곳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육체적 질병으로 괴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수의사가 개 전문 정신과 의사(국내에도 있던가?)를 추천해 찾아갔다.      



의사는 스태퍼드셔 테일러를 만나본지 몇 분 만에 병을 진단했다. 우울증이었다. 목적 없는 삶 때문에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스태퍼드셔 테리어는 썰매나 수레 등을 끄는 ‘작업견’인데,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녀석은 매일 아침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정신과 의사는 아주 간단한 치료법을 제안했다. 개에게 타이어를 끌고 다니도록 줄을 매어주라는 것, 삶의 목적을 주라는 것이었다. 그 처방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매일 아침 타이어를 끌고 해변을 거닐면서 녀석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업무량과다와 시간외 근무로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돌아가실 지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반대는 편할까? 하루 종일 아무런 일거리도 없이 앉아있는 것, 다른 이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쁜데 혼자 외로운 섬처럼, 투명인간처럼 앉아 있는 것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타이어, 즉 삶의 목적과 의미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레이첼 파체코는 경영학과 교수이다. 오래전부터 스타트업이 인사 및 조직문화와 관련해 겪는 문제에 대해 컨설팅 해왔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저자는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관리자와 팀장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대학 과정을 개발했다. 이 책은 그 커리큘럼을 충실히 담은 결과물이다.      



책은 6챕터로 편집되었다. 성과관리, 동기부여, 일의 의미, 채용 및 해고, 팀 역학, 자기경영 등이다. “훌륭한 팀장이 되려면 팀원에게 기대하는 성과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다. 알아서 하라는 말처럼 무서운 말이 없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말에 밑줄을 긋는다.      



저자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주제로 일기를 쓴다. 이 일기장에는 팀장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적혀 있다. 그 목록엔 어떤 것이 있을까? 앞으로 다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거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팀원을 승진시키지 않겠다. 앞으로 다시는 팀원에게 직함을 함부로 주지 않겠다. 앞으로 다시는 스타트업의 주식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겠다. 앞으로 다시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휴가 정책을 허용하지 않겠다. 앞으로 다시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지 않겠다.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기껏 뽑아놨더니 기대에 절대적으로 못 미친다. 미치겠다. 해고는 어떤가? 누군가가 욕먹을 각오하고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 나 역시 오래 전 근무했던 직장에서 칼에 피를 묻힌 적이 있다. 참 힘들었다. 두 번 다시는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떨어진 작업은 정리해고였다. 그것도 4사람이나 보내야했었다. 저자는 ‘팀원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팀장의 자세’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여러 유형 중 ‘팀원 개인의 저성과 문제로 해고하는 경우’이다. “해고 사실을 알리는 대화를 할 때는 끝없이 공감하면서 관대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실직 앞에서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절대로 없다. 누구나 공포와 두려움이 앞선다. 실적이 저조해서 권고사직을 받는 경우는 자존심문제까지 걸려있다. “따라서 퇴사 예정자가 다른 일을 찾아볼 시간을 가능한 한 충분히 주고, 팀장으로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도록 한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었다. 반성한다. 그리고 많이 늦었지만, 퇴사자들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책 제목에 ‘팀장’이 들어간다고 해서 팀장만 읽으란 법은 없다. 책에 실린 내용들이 현장감 있고, 구체적이다. 신입직원은 물로 중간 관리자들, 임원들 모두 함께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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