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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un 27. 2022

쓸모없는 일의 쓸모






전길남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_구본권 / 김영사               




전길남 박사. 이분의 프로필을 간략하게 옮기려고 해도 백지 한 장이 부족하다. 한국이 IT강국이 된 것은 이분의 노력이 상당했던 탓이다. 한국 과학의 발전을 위해 귀중한 씨앗을 심은 덕분에 그 나무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일교포 2세로 오사카에서 태어난 선생은 부모가 일본에서 벌인 사업이 안정권내로 들어서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청소년기를 거친다. 부모는 아들에게 일본에서 사회적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일본인처럼 말하고 일본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교육받았다. 선생의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느낀 것은 1960년 한국의 4.19 혁명이었다. 사춘기의 전길남에게 한국에서 일어난 4.19는 존재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조선인인가, 일본인인가?’ ‘내가 일본에 있지 않고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그치지 않았다. 4.19 혁명을 이루어낸 한국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대학 졸업 후(당시 한국의 대학 교육환경은 전쟁, 4.19, 5.16을 거치면서 일본과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한국으로 갈 것을 결심한 선생은 (일본)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할까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의학인가, 공학인가? 생각하다가 더욱 많은 사람들(한국인)에게 도움이 될 공학을 선택하게 된다. 그 후 미국대학 유학, 미국 내 유명 IT기업 근무를 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선생은 한국정부의 초청을 받고 꿈에 그리던 조국의 땅을 밟는다. 처음 부여된 역할은 컴퓨터개발이었다. 정부에선 바로 얼마 전 생산되기 시작한 텔레비전과 함께 컴퓨터를 차후 수출품목으로 선정한 것이다. 선생은 한국의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컴퓨터보다 네트워크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정보의 교류’가 없으면 컴퓨터의 역할이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1982년 5월, 한국은 서울대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 간에 인터넷 방식 TCP/IP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기록된다. 인터넷을 개발한 미국 바깥에선 첫 사례였다. 당시 미국은 인터넷을 군사기술로 취급했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부 국가들만 사용했다. 그래서 한국의 인터넷이 미국 전산망에 연결할 수 있는 핵심장비를 판매하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 북한, 소련 같은 공산국가에 인접해 있어서 그들에게 기술유출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축 후 이듬해인 1983년 해당 연구 과제의 연장 여부를 심사하던 정부 평가단은 “참 쓸모없는 연구를 하셨군요.” 라는 판단을 내린다. 정말 쓸모없는 기술이었는지, 중요한 공직자의 자리에 쓸모없는 사람이 앉아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박사는 전산망 핵심장비인 라우터 대신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국과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 한국의 네트워크 기술 발전은 폐쇄적이던 인터넷망을 세계에 공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웃(한국)을 잘 만난 덕분에 아시아국가들 대부분이 혜택을 입었다.            



2012년 스위스 제네바의 ISOC(인터넷 소사이어티)는 인터넷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인터넷 통신규약을 만든 빈트서프,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 등 세계적인 IT리더 30명이 올라있는 명예의 전당에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부르는 전길남 박사가 함께 올라가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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