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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15. 2022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 을의 철학 】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_송수진 / 한빛비즈               




“삶이란 모순과 역설, 고통으로만 이루어진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과 수동적 태도의 극복에서 존재의 충만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에리히 프롬           



프롬은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라, 남이 바라는 삶을 (너무 열심히)살다보니 힘들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열심의 뜻을 찾아본다. 열심(熱心)이다. 동양철학에서 마음은 곧 심장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것은 심장이 열나 뜨거워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 된다. 몸이 배겨나지 못한다. 나의 경우, 젊어서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뒤처지면 낙오자가 되니(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 선착순이라는 말)그저 몸 안 아끼고 죽기 살기로 했다. 그러다 번 아웃되어 죽다 살았다. 이제는 안 그런다. 못 그런다. 때려죽인대도 못한다.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준다. 보통은 퇴근 후 저녁 먹고, 서재로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책을 읽거나 리뷰를 쓴다. 그러나 어디 특별히 아픈 데는 없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바로 잠을 못 드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한다. 폰도 안 들여다본다. 뒹굴다가 잠이 든다. 결론; 가능하면 마음이 아니라,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줘야 크게 아프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송수진 작가가 가는 길은 이 땅에서 호흡하는 여느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에서 전공한 전공분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제대로 써먹은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 그대로 그 길로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극히 일부의 전문직을 빼놓고는 전공 분야외의 무슨 일이든 한다. 신기하다. 마치 대학졸업장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증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암튼 다시 이 책의 송작가 이야기를 해본다. 대학 졸업 후 알 만한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서른 즈음 무역회사에 들어갔지만 사기를 당해 그나마 모아 놓았던 돈을 다 날렸다(도대체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그 후 이런저런 일을 하고, 겪던 중 ‘철학’을 만났다. 철이 들다보니 철학을 만난 건지,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뒤늦게 철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했다고 적혀있는데...(아마 끝마쳤으리라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동안

 어떤 색을 칠할 수가 있을까.”   _토이,〈스케치북〉     



‘하루’ 라는 화폭에 자신이 칠하고 싶은 색을 마음껏 칠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지극한 보람과 행복감에 젖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은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사람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만한 사람이다. 저자의 글을 옮겨본다. “회사에 있는 동안 내 시간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다양한 혼란과 착오를 초래하는 이 시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삶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고, 시간의 좀비가 되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 퇴사를 결심했다.”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 이 책의 저자가 30대 중반(책을 냈을 때에 비해 시간이 흘렀으니 이젠 30대 후반이 되었겠지만)의 청년세대인지라 비슷한 연령층이 읽으면 공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겠고, 앞 세대(10~20대)가 읽으면 조금 앞서간 이들이 깨지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보면서 왠지 힘을 얻는 계기도 될 듯하다. 아울러 청년의 자녀를 둔 부모세대가 읽으면 더불어 좋겠다. 한 발 더 나아가 청년세대를 직원으로 둔 운영자에게도 그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공유할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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