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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Apr 02. 2022

불안과 불편이 일상이 된 사람들






【 나는휴먼 】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_ 주디스 휴먼, 크리스틴 조이너 / 사계절                    





# 2022년 3월 서울. 

31일 아침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가 두 번째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자로 나선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삭발하기 앞서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부터 이동권 투쟁을 해왔다. 이동해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동해야 교육받을 수 있고, 이동해야 일을 할 수 있다.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식적인 것이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결코 상식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근길 불편을 드려 시민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저는 단지 지하철을 타는 우리 시민 분들의 삶이 부러웠다. 나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원한다. 이동할 때 ‘떨어져 죽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정말로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 주디스 휴먼 

1947년에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 1949년 소아마비 발생(이후 휠체어가 신체 일부가 됨). 1952년 ‘화재위험요인’이라며 유치원, 유대교 학교 입학을 거부당함. 1970년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고 싶었으나, 장애를 이유로 교사 면허를 불허한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 제기. 법정 밖에서 합의를 이루고 교사 면허 취득. ‘행동하는 장애인’ 단체 설립. 1973년 ‘행동하는 장애인’동료들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활법 개정안 서명 거부에 항의하며 맨해튼 메디슨 애비뉴 차선 점거. 1974년 워싱턴의 해리슨 윌리엄스 상원 의원실 입법 보좌관으로 근무. 1975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제기. 1993년 클린턴 행정부의 교육부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 차관보로 임명되어 7년 반 동안 일함. 2002년 세계은행 최초로 장애와 개발 자문위원을 맡아 4년간 장애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다룸. 2007년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국제 장애인 인권에 관한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되어 2017년까지 일함.           






주디스 휴먼의 공적 활동 외에 사회적 활동가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 계기는 재활법 504조의 통과를 위해 1977년 샌프란시스코 연방 정부 건물을 점거해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24일간 농성에 들어간 것을 들 수 있다. 재활법 504조는 “장애인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따른 혜택에서 배제, 거부되거나 차별받을 수 없다”라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 문장의 내용은 현재 장애인들이 ‘실제로 차별받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504조가 통과되어야 어둠의 세계에 갇혀있던 장애인들이 빛을 볼 수 있는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서명을 하지 않고 법안을 책상 위에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휴먼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시위를 주동했다. 대통령이 지미 카터로 바뀌었지만 재활법 504조는 계속 미결로 남는다. 결국 ‘504조 회생위원회’동료들과 농성을 벌이게 된 것이다. 힘든 여정 속에 504조는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 조지프 칼리파노의 서명을 받아 낸다.      




이 책은 현재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분들, 그 분들의 가족과 이웃, 장애와 관련된 행정이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간접적이나마 장애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사실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은 장애인들 앞에서 자기는 ‘정상인’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배려심과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장애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회가 이러한 삶의 진실을 중심으로 인프라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옳다. 모든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부의 행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비장애인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난 주디스 휴먼. 영어철자는 다르지만, 장애의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애쓴 저자의 이름에 ‘휴먼’이 들어간 것이 우연이 아닌 듯하다. 휴먼이란 단어 속엔 성별, 나이, 빈부, 장애 여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차별은 더욱 더 그렇다.           




“무시를 당할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가 권력을 다룰 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폭력적인 방식이라면 말이다.” 


                    

#나는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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