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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26. 2022

이방인은 자유인이다




【 내 편이 없는 자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_김광기 / 김영사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무리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호주 원주민들을 위협하는 폭력적이고 악질적인 이주민도 연상되지만, 시야를 좁히면 귀농한 이주민들과 원주민들(또는 토박이)이 연상됩니다.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원주민들은 이주민들이 못마땅합니다. 이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은 원주민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사건건 간섭하려 듭니다. (사견에 치우친)옳고 그름을 따집니다. 내 지인 중 정년퇴직 후 서울 아파트 생활을 마감하고, 처형이 살고 있는 마을의 시골집을 구입하고 수리해서 산지가 20년이 되었는데, 그 부부는 여전히 타지사람입니다. 그곳 이장까지 지냈는데도 주민들과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인지라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귀농촌(귀농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가서 놀다가 온답니다.          



이 책의 키워드 중 키워드가 ‘이방인’입니다. 내 주변에서 이방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보니 원주민, 이주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책의 저자 김광기 교수는 사회학자입니다.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란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해주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방인을 두려워하지 말자’입니다. 이방인에겐 몸과 영혼의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이방인이 되라고 권유합니다. 따돌림 받는다고 화내거나 낙심하지 말자고 합니다. 멋진 아싸가 되어서 인싸들에게 크게 한 방 날려주자고 합니다.          



‘이방인’이라는 주제는 사회학자들에게 관심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관심을 보인 것은 두 명의 사회학자뿐입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짐멜과 미국의 알프레드 슈츠입니다. 짐멜은 이방인을 ‘잠재적 방랑자’로서 ‘오늘 왔다가 내일 떠나가는 의미의 방랑자가 아닌 오늘 왔다가 내일도 머물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유대인인 그의 정체성이 반영된 듯합니다. 사회학자, 철학자인 오스트리아 태생의 알프레드 슈츠(역시 유대인)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나치를 피해 파리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은 어쩌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방인으로 머무르다 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저자는 위 두 사람의 학자보다 한발 더 나아갑니다. 저자가 정의하는 이방인은 떠나는 자입니다. 다른 세상을 접하는 모든 초짜를 의미합니다. 떠난다는 것은 물리적 장소를 벗어나는 것과 인지적으로 떠나는 것 모두입니다. “이방인은 각각의 공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자연적 태도와 문화적 유형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지 않고 그것들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부유하는 모험의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환경과 공간 그리고 맥락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여정에서 한없이 위축되는 한편 무한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이기도 하다. 들뜬 기대로 새롭고 낯선 세상(각각의 다른 맥락과 환경 그리고 시공간)에 겁 없이 온 몸을 던지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날선 긴장감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이다.”          



많은 이야기 중 시류 또는 시대정신이라는 부분에 특히 마음이 머물게 됩니다. 당대에 팽배한 지배적인 정신을 의미하지요.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르더가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헤르더가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쓸 때는, ‘지배적인 정신’과 거리를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습니다. 이런 말을 남겼다 합니다. “만일 당신이 시대정신과 결혼하면 바로 미망인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잘못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에 부합해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말이 주로 무식한 정치인의 입에서 자주 나온다고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러는지도 모르지요. ‘지배적인 정신’과 장단을 맞추며 살아라. 입 다물고 따라와라 하는 마음으로 정치인들이 시대정신 어쩌고 하는 듯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회에 존재감을 인식시켜주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 홀로서기를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 고독을 느끼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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