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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31. 2022

무엇을 끊을 것인가?





 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_정민 / 김영사




‘점검(點檢)’은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 따져서 살핀다는 뜻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움직임을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고, 과연 내가 가는 이 길이 제대로 가는 길인가 돌아보는 시간이다. 내가 마음으로 결정한 일이 행여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그들의 길을 막아서지 않는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잘못된 선택의 길을 되돌릴 수 없지만,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점검이 필요하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글에서 빌려와 지금을 이야기하다는 뜻이다. 묵은 향이 담긴 한문학 문헌들 속에서 현대의 정서에 맞게 풀이한 글 모음집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우리시대 대표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점검(點檢)』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한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연다.



1016쪽의 벽돌책이다. 단숨에 읽는 것이 엄두가 안 나면, 하루에 단 몇 쪽씩이라도 꾸준히 읽어나가는 방법도 좋겠다. 저자는 네 글자(사자성어)로 된 제목으로 꾸준히 써온 650여 편의 글 중에서 400편을 가려 묶었다. 저자는 현실이 답답하고 길이 궁금할 때마다 옛글에 비춰 오늘을 물었다고 한다. 답을 늘 그 속(고전)에서 찾았다. 주변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바로 살기 위해 인간의 바탕 마음을 다지고 일어서는 행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주제에 따라 갈래 지어 묶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배열했다. 한자공부는 덤이다.  






책 속에서 몇 편을 옮기면서 떠오르는 나의 생각도 적어본다. ‘구만소우(求滿召憂) _ 이또한 지나가리라’  살아오면서 무릎의 힘이 빠지고, 마음이 무너져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맥없이 앉아 있었던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지금 돌아보고 별거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땐 왜 그 일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나 하는 후회가 일어선다. 지금 안 좋은 상황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같은 기분이 들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쨌든 아직은 살아있다.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기도 하고, 그나마 꾸준히 잘하고 있는 일이기에 독서에 대한 글들이 궁서체로 눈에 들어온다. ‘삼심양합(三心兩合)_독서의 마음가짐과 태도’. 근세 중국의 기재(奇才)라고 부르는 서석린(1873~1907)은 독서에서 삼십양합(三心兩合)의 태도를 중시했다. 독서할 때 지녀야 할 세 가지 마음을 전심(專心)과 세심(細心), 항심(恒心)으로 정리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러도 책을 읽는 이 마음에 더하거나 뺄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항심(恒心)있는 곳에 항산(恒産)’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읽는 책마다 모두 리뷰를 남기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읽어야 리뷰 또한 끊임없이 남기게 될 것이다. 내 서재 한 쪽 벽에는 지인이 내게 준 글 ‘한 순간도 멎지 않고 흐르면서, 늘 보면 거기 있는 저 깊은 강물처럼’이 붙어있다. 나는 오늘도 흐른다. 그리고 내가 있는 자리와 깊이를 자주 점검한다. 



‘양생칠결(養生七訣)-건강한 삶을 가꾸는 일곱 가지 비결’도 마음에 담는다. 아직은 큰 병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내일일은 나도 모른다. 그저 이 땅에서 사라질 때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없거나 길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원나라 추현의 《수친양로신서 壽親養老新書》에 실린 노년의 양생을 위한 일곱 가지 비결이다. 첫째, “말을 적게 해서 진기(眞氣)를 기른다.” 둘째, “색욕을 경계하여 정기(精氣)를 기른다.” 셋째, “맛을 담박하게 해서 혈기(血氣)를 기른다.” 넷째, “침을 삼켜 내장의 기운을 기른다.” 다섯째, “성을 내지 않아 간의 기운을 기른다.” 여섯째, “음식을 알맞게 해서 위장의 기운을 기른다.” 일곱째, “생각을 적게 해서 심장의 기운을 기른다.”등이다. 양생칠결(養生七訣)의 결(訣)자는 이별할 결자이다. 끊다, 결단하다라는 뜻도 담겨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계획하는 일이 버겁다면, 무엇을 끊은 것인가를 추려 정리하고 실천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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