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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Nov 06. 2021

유한한 생명, 무한한 욕심




【 흙의 전쟁 】  -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_도현신 / 이다북스               



1.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에 도착한 이후 영국은 호주를 자국의 식민지라고 주장하며 다스렸다. 그저 아무데나 가서 먼저 말뚝을 박으면 내 땅이던 시절이었다. 인류학자들이 최소 3만 8천 년 전부터 호주에 살았을 것이라 추정하는 원주민 애보리진의 고난과 재앙이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1788년부터 영국 정부는 호주의 식민지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호주에 주로 범죄자로 구성된 이민단을 보내기 시작했다(어느 책에선가는 영국정부가 죄수들을 호주에 격리시켰는데, 죄수들이 교도관들을 죽이고 탈출한 후 원주민들을 몰아낸 후 그 곳에 정착했다고 읽은 듯하다). 호주에 도착한 영국 이주민들을 관리하던 영국 총독부는 호주의 토양이 농사보다 목축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호주에 소와 양을 풀어놓고 키우는 방목사업을 추진했다. 호주 원주민들은 그들의 터전에서 쫓겨난다. 그 후 1851년에 호주 동남부 지역에서 황금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가 펼쳐진다. 원주민들에겐 황금의 혜택은커녕 두 번째 큰 재앙이 된다. 목초지에서 쫓겨나 강가에서 살던 원주민들은 골드러시이후 그곳 역시 강제로 떠나야 했다. 영국 식민지 당국은 호주에 황금을 비롯한 다양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는 가실을 알고 호주 전역을 광산지역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호주 원주민들에겐 매우 치욕스런 과거요, 타자의 시선으로도 분통이 터지는 역사이다.             



2.

이 책의 저자 도현신은 인문 역사 분야의 전업 작가이다. 앞서 세계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가루, 전염병, 종교를 주제로 한 《가루전쟁》 《바이러스 전쟁》 《신의 전쟁》을 출간했다. 이 책 《흙의 전쟁》을 통해 황금, 석유, 다이아몬드, 구리, 백반, 퍼플, 구아노 등 천연자원이 전쟁의 도화선이 된 과정을 들려준다.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내 것을 지키려고 총과 칼을 든 경우보다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간의 욕심만큼 무한대인 것이 또 있을까? 유한한 생명에 무한한 욕심.      






3.

여러 이야기 중 ‘페니키아의 티리언 퍼플’이 특히 흥미로웠다. 황제의 상징이라도 불렀던 보랏빛 염료 이야기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고대 중동의 레바논 지역에는 페니키아라 불리는 이들이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이웃인 이집트나 바빌론처럼 다른 지역을 정복해 영토를 넓히는 초강대국이 되지는 못했지만, 지중해와 대서양을 넘나들며 활발한 해상무역 활동을 펼쳤다. 그들은 뛰어난 항해술 덕분에 지중해를 안방처럼 휘젓고 다녔다. 그들은 남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그것은 염료였다. 공장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인공색소를 만드는 지금은 보라색이 별것 아니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보라색은 그 색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고 큰 비용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리스나 로마 때, 지중해 지역에서 보라색은 왕이나 황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고귀한 색으로 여겨졌다. 지중해 지역에서 보라색의 염료는 ‘푸르푸라’라고 불리는, 바다에서 잡히는 고둥의 일종에서만 채취할 수 있었다. 이 고둥을 8천 마리 잡아도 얻을 수 있는 염료는 1그램에 불과했다. 옷 한 벌을 염색할 양의 보라색을 얻으려면 푸르푸라를 수십만 마리 잡아야했다. 옛날 한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푸르푸라 염료의 비밀은 푸르푸라에서 나온 분비액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라색으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 그런데 푸르푸라에서 그 분비액을 채취하는 과정이 잔인하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그의 저서 《박물지》에서 페니키아 어부들이 푸르푸라를 채취하는 과정을 “그들은 푸르푸라의 껍질을 깨뜨린 후에 돌을 들어 이 고동을 한 번에 죽였다. 그렇게 해애 고둥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보라색의 염료가 되는 분비액을 (숨 쉬는 구멍을 통해)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푸르푸라를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분비액을 배출하지 않는다”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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