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사역 왜 하냐구요… 주께서 맡기셨으니 충성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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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사역 왜 하냐구요… 주께서 맡기셨으니 충성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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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에서 30년 넘게 북 동포들에 의료봉사 펼친 박세록 장로 이야기

2004년 압록강 인근의 북한 용천역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미국시민권자로 중국 단둥에서 단둥복지병원을 운영하던 박세록 샘복지재단 대표는 의약품과 구호품, 시멘트를 대형트럭 20대에 싣고 의료진과 함께 용천을 찾았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대퇴부가 부러진 두 살배기 아이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함께 온 정형외과 전문의는 눈물을 흘렸다. 깁스만 있으면 통증을 없애줄 수 있는데, 주요 의약품을 챙기느라 무게가 나가는 깁스를 싣지 못한 걸 후회했다. 폭발 충격으로 눈을 뜨고 있으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프냐고 물어도 “아프지 않습니다”고 답할 뿐이었다.

박 대표는 눈물이 앞을 가려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훔친 뒤 고개를 들었는데 돌연 예수의 형상을 봤다. 양손을 벌린 모습이었다. ‘예수님이 이런 곳에서도 나와 함께하며 뭘 하는지 지켜보는구나.’ 그가 ‘나의 벧엘’이라 지칭한 이날 일을 계기로 박 대표는 북한 의료봉사가 자신의 소명임을 다시 확인했다.

박 대표와 북한의 인연은 1988년 발신인 표기가 없는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지금 우리 의료상황이 좋지 못해 재미동포 의사를 초청해 도움받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고학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6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UC데이비스 의대 교수로 일하다 86년 인도로 교육연수 및 의료봉사를 다녀온 뒤 약자를 돕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미주 한인신문에 인도 의료봉사 수기를 실었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보고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북한 당국의 공식 초청으로 방북한 그는 열악한 의료환경을 목격하고 후원금을 모아 95년 11월 평양 만경대구역에 평양제3병원을 개원한다. 평양주민에게 개복수술을 하고 최신 내시경 장비를 들여오는 등 열심히 봉사했지만, 북한 당국의 외국인 감시가 심해지면서 평양 출입을 금지당한다. 좌절은 없었다. 99년 단둥복지병원을 세워 중국인과 압록강을 건너온 북한인에게 의료봉사와 인도적 지원을 했다. 2019년 문을 닫을 때까지 20년간 돌봐온 북한 환자만 2만40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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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박 대표가 샘복지재단의 북한 사역을 소개한 전작 ‘사랑의 왕진가방’과 ‘생명을 살리는 왕진버스’의 후속작이다. 33년간 대북 사역을 하며 갖게 된 소회와 어릴 때부터 동행한 하나님을 회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고 5월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은 과정도 소개한다. 코로나19 이후 개시할 평양제3병원 활성화 사업, 여성암병원 개원, 대대적 인도적 지원 등에 관한 청사진도 담았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과 중국에서 사역은 쉽지 않았다. 책에는 그리스도인을 백안시하는 북한과 중국 관료, 합의한 사항을 한순간에 뒤엎는 중국 기업인,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며 해외강연을 꼬투리 잡아 협박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 등이 나온다. “왜 이렇게 험한 일을 계속하느냐”는 주위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이 사역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하기 싫다고 그만두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불러 사역을 맡겨줬으니 죽도록 충성하는 게 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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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박 대표가 품어온 ‘20(단둥복지병원 20년)30(평양제3병원 30년) 비전’을 딸이 이어받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정치·군사적 해결책만으로는 통일과 남북 화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의 의료봉사와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 주민을 살리고 그들의 마음 문을 여는 것입니다.”

박 대표의 소신이자 한민족을 향한 당부다. 미·중 패권 다툼으로 남북 화해의 길이 요원해 보여도 민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외침이 절절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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