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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짝 떠라_윤동주 "눈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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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1941/05/31)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 시를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배세력에 저항하는 저항시의 프레임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의미를 고정시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냥 느껴 보는 거죠.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아이들은 그렇죠.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태양이나 별을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고 '와'하는 감탄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세상은 아직 신기한 곳입니다. 

 

밤이 어두웠는데 눈감고 가라는 시인의 명령은 생각해 보면 무책임한 명령은 아닙니다. 어차피 날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눈을 뜨고 가나 감고 가나 똑같을 것입니다. 오히려 감고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무서울 텐데, 눈을 감아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그냥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어두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감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눈을 감으면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상상할 수 있습니다. 태양과 별을 사랑하는 아이라면 태양과 별을 마음으로 그려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윤동주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라고요. 그 씨앗이 어떤 씨앗인지 모르겠지만 씨앗은 희망이죠.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게 됩니다. 씨앗은 그 시작입니다. 어두운 세상, 어두운 시간을 그냥 통과하지 말고 어떤 씨앗인지 모르겠지만 그 가지고 있는 씨앗을 뿌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밤에 눈을 감고 길을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합니다. 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뜨라고 말입니다. 와짝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 오네요. 익숙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와짝은 어떤 일을 거칠고 급하게 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문) 동네 사람들이 와짝 달려들어 도둑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윤동주는 어차피 어두운 세상 절망하지 말고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새로운 세상을 너희들이 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희망의 씨앗을 뿌려 보라고 조언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위험한 순간이 오면 그냥 넘어지지 말고 다치지 말고 와짝 눈을 떠서 꼭 살아 남으라고 마치 어린 아이에게 심부름을 보내면서 그 아이의 눈을 보면서 "조심해서 갔다와"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너무 험할 때는 눈을 뜨면 오히려 한 발자국도 못 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눈을 감아야 움직일 수 있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시인이 처했던 현실이 그랬을 것 같습니다. 눈을 와짝 뜨라는 윤동주의 경고에서 걱정과 애정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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