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7-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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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7-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대구성서아카데미

3월 9일 월


휴게실 창으로 보이는 병원 밖 생강나무에 노오란 물이 오르고 있다. 

봄이다.

"이렇게 봄이 오는데.... 난 뭐하고 있는거냐....참."

 자신의 신세가 한심한지 남편이 낮게 중얼거린다. 

" 뭐하다니요?

 생명을 보살피고 있는 중이잖아.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어요.

아무 생각 말고 몸을 회복하는 일에만 집중해요."

분명하게 답을 해주었다.


늘 경쟁적인 세상에서 살아온 남편.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성취해야만 살아가는 가치가 있다고 여기던 

사람이 무력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까.

이 기회가  삶을 바라보는 눈이 새롭게 바뀌는 계기가 되었음...! 간절히 바래본다.


암 진단을 받고 겉으론 담담하던 남편이 흘리듯 이런 말로 어지러운 속내를 드러냈었다.

" 왜 하필이면 나지?"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게 있나?"

순간  오래 전에 읽은 박완서 작가의 일기문이 떠올랐다.

남편을 잃고 하나 뿐이던 아들마저 비명횡사한 후,

 내장이 끊어지는 절규로 써내려간...

 "한 말씀만 하소서!"

그분은 하느님께 이렇게 묻고 또 물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런 참변이 왜 나에게 일어나야 했는지에 대해서.


남편은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고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나름대로는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허물없는 그의 친구들은 억울하겠다고,

너무 착하게 살아서 그런 병이 걸린 거라고.., 농담을 한다.

아직도 이 상황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남편.

꿈인 것 같단다. 자기에게 일어난 이 악재가.

그렇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새로 지은 집에서

봄을 맞을 준비에 바쁠 것이다.

 못다한 집주변도 마무리하고, 텃밭도 일구고, 꽃나무를 어디에 심을까.. 궁리하면서.

마땅찮아 하던  시골생활에 남편이 이제야 겨우 안착하려고 하는 이 마당에,

더구나 새해부터는 지역사람들과  연대해서 새로운 일도 착수하려고 준비단계에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정지된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난 이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순명이라고 들었다.

비록 그 일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런데 모든 일에는 항상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인가보다.

그런 우리의 계획은 모두 날아갔지만

이 와중에도 감사가 있다. 아니 건강할 때 보지 못하던 깊이에서 알아차려지는 감사다.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 깨닫지 못하던 것들이 퍽 소중하게 다가오는 은총.

주변사람들로부터 오는 넘치는 사랑..

내 안에 숨어있던 사랑까지도...아, 우리는 이런  사랑에 의해 살아왔고 살아가는 구나..!

이런 감사와 사랑을 나는 비로소 우리에게 일어난 아픔으로 알게 된다.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산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남는 장사다.ㅎ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향한 촉수가 예민해진다.

이런 마음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흔들릴지는 나도 모르겠다.

치료기간 내내 지속되길 기대한다. 아니 더 커지고 더 깊어지길 기도한다.


오후에 담당의사가  뜬금없이 내일 퇴원을 해도 된단다.

내일 방사선과 의사와 치료 계획이 잡히면

 퇴원을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닌가!

오잉?? 아직도 진통으로 힘들어하는데..

입천정이 아물려면 한참 먼 거 같은데.. 퇴원이라니?

한 달까지는 아니라도 3주는 있게 되리라 예상했었는데

갑자기 퇴원이라니 .

생각지도 않은 퇴원소식에 우리는 들뜬다.


3월 10일 화


퇴원을 기다리며 오전시간을 보냈다.짐을 싸고..주변을 정리했다.

방사선과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오후에나 정해졌다.

방사선과 의사는

남편의 진료기록을 컴퓨터 모니터로 한참 들여다 보더니

 치료계획을 얘기해준다.

 2주 후에 와서 치료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4월 1일부터 27일간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월화수목금 매일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수술 부위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암세포를  X-ray로 죽이는 치료란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해준다.

"이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려운 암이예요.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 되는 암입니다."

자꾸 받으면 충격도 둔해지는지

'역시 그렇구나... 그래서 어쩌라구.... '하는 심정으로 듣는다.


시동생이 와서 드디어 퇴원을 했다.

내일 진안에 내려갈 계획을 세우고 시어머님 아파트로 갔다.

그런데 이게 또 어인 일!

저녁에 가글을 하던 남편이 코로 또 물이 새어나온단다.

입천정이 또 터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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