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68- 새집
대나무숲을 쳐내다가 빈 새집까지 뜯어냈다.
이미 알을 부화시키고 새들은 그곳을 떠난 후였다.
잔가지와 이끼와 인공 실까지
입으로 물어올 수 있는 온갖 재료가 사용되었다.
딱새 집이 아니었을는지.
그 어떤 새집인들 특별하지 않은 게 있으랴마는
대나무 위의 새집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대나무가 바람에 오죽 많이 흔들리는가.
바람이 심하면 45도까지 기울어지면서
휘청대는 대나무 위에서
저런 엉성한 새집이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지.
내가 ‘졌다.’